온달 장군전

온달 장군전

원문 : 김부식의 삼국사기, 온달편 온달은 고구려 평원왕 때의 사람이다. 용모가 못셩겨 우스꽝스러웠으나 마음만은 순박하였다. 집이 가난하여 항상 밥을 빌어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떨어진 옷에 해진 신으로 거리를 헤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바보 온달' 이라고 놀렸다. 평원왕의 어린 딸이 울기를 잘하자 왕이 농담으로 말하였다. "네가 늘 울며 시끄럽게 하니, 커서는 반드시 사대부의 아내가 되지 못할 것이고 마땅히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내야겠다." 딸이 16살이 되자, 상부 고씨에게 시집보내려 하였다. 그러나 공주는 반대하며 말하였다. "아바마마께서 늘 말씀하시기를, 너는 반디스 온달의 아내가 될 것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찌 전에 하신 말씀을 바꾸시는 것인가요? 무릇 필부도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데 하물며 높으신 마마께서 거짓을 말씀하실까요? 왕은 절대 희롱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아바마마의 말은 잘못된 것이니 저는 감히 뜻을 따르지 못하겠습니다." 왕은 노해서 말하였다. "네가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니 내 딸이라고 말할 수 없겠구나. 어떻게 너와 같이 살겠느냐? 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 버려라" 공주는 값진 가락지와 팔찌 수십개를 들고 홀로 궁궐을 나와서, 어떤 길가던 사람에게 온달의 집을 물었다. 온달에 집에 이르니, 눈먼 늙은 어머니를 보고 그 앞에 가서 인사하였다. 그리고 그 아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늙은 어미가 대답하였다. "내 아들은 가난하고 못생겨서 귀한 사람이 가까이할 처지가 못됩니다. 지금 당신의 냄새를 보니 향기로운 것이 귀한 것 같고, 당신의 손을 만지니 부드럽기가 솜과 같습니다. 당신은 아주 귀한 사람일텐데 누구의 속임으로 이곳에 온 것입니까? 내 아들은 굶주림을 참지 못해 느릅나무 껍즬을 벗기려고 산속으로 갔는데,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공주는 산 밑으로 내려와 온달이 느릅나무 껍질을 짊어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공주가 품은 생각을 모두 말하였다. 온달은 발끈하여 얼굴빛을 바꾸면서 말하였다. "이곳은 연약한 처자가 올 곳이 못되니 너는 사람이 아니라 여우나 귀신이 틀림없다. 내게 가까지 오지 말아라" 이렇게 말한 온달은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렸다. 공주는 홀로 돌아와 사립문 밖에서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 다시 들어가 모자에게 그녀가 온 사정을 말하였다. 온달은 어찌할 줄도 모르고 우물쭈물 하는데, 어머니가 먼저 말하였다. "내 아들은 아주 추하여 귀인의 베필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 집은 가난하여 귀인이 살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공주는 대답하였다. "옛 사람의 말에 한 말의 곡식도 오히려 찧어서 나누어 먹을 수 있고, 한 자의 베도 오히려 옷을 지어 같이 입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진실로 마음만 같이한다면 어찌 부귀를 누려야만 함께 살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고 온 패물을 팔아서 터가 있는 집과 노비, 소, 말 그리고 기물 등을 사들여 필요한 물건을 완전히 갖추었다. 처음 말을 살 적에 공주는 온달에게 말하였다. "조심해서 장사꾼의 말은 사지 말고 나라에서 기른 말로 병들고 여위어서 내 버려진 것을 가려서 사고, 후에 바꾸도록 하세요" 온달은 그 말대로 하였다. 공주가 매우 정성을 다하여 기르니 말은 살찌고 날쌔게 되었다. 고구려는 항상 3월 3일이면 낙랑의 언덕에서 사냥하여 잡은 멧돼지와 사슴으로 산천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그날이 되어 왕이 나아가 사냥을 하니, 신하들과 5부의 군사가 모두 따랐다. 온달도 기른 말을 타고 따라가서 항상 남보다 앞서 다리고 잡은 것 또한 많아 그를 따를 자가 없자, 왕이 불러서 성명을 묻고는 놀라며 이상히 여겼다. 이 때 후주의 무제가 군사를 일으켜 요동으로 쳐들어오자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이산의 들에서 싸웠다. 온달이 선봉이 되어 날래게 싸워 수십여명을 목베어 죽이니, 모든 군사들이 승승장구하여 크게 이겼다. 공을 논하는데 모두 온달을 제일로 내세웠다. 왕은 가상히 여기고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정말로 내 사위로구나" 왕은 예를 갖추어 그를 맞아들이고 벼슬을 주어 대형으로 삼고, 사랑함이 더욱 두터워져 위엄과 권세가 날로 성해졌다. 양원왕이 즉위하자 온달은 이렇게 말하였다. "신라가 우리 한수 이북의 땅을 빼앗아 저들의 군현으로 만드니, 우리 백성들은 원통하고 분하여 부모의 나라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원하건데, 대왕께서는 신을 어리석다고 여기지 마시고 군사를 주신다면, 한번 나아가 반드시 우리 땅을 회복하겠습니다." 왕이 허락하였다. 온달은 떠나면서 맹세하였다. "계립정과 죽령 서쪽을 우리 땅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살아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그는 나아가 신라 군사와 아차성 밑에서 싸우다가 화살을 맞아 길에서 죽었다. 장사를 지내려는데 관이 움직이지 않자 공주가 관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였다. "삶과 죽음은 이미 결정된 것입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세요" 이 말을 듣고 관이 겨우 움직여 장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슬퍼하였다. --------------------------------------------------------------- 사료의 가치 : 온달전에서 역사적 가치를 찾는 다면, 일단 고구려 시대에도 사유재산의 개념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이 사료에서 나온다는 점입니다. 평강공주가 가지고 온 재물이 있었고, 이것으로 노비, 소, 말을 마련했음은 곧 이 당시에도 이러한 재산 개념과 물물 매매가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고대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료로서 인식됩니다. 또 죽령 서쪽을 치려다가 실패하고 죽은 사실에서, 당시 고구려와 신라의 정치 판도를 확인할 수 있는 사료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도 동화식으로 하나의 줄거리가 되는 사료라서 한번쯤은 다 읽어보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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