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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의병장 이석용의 전주 공판 기록

의병장 이석용의 전주 공판 기록

첫 번째 물었다.

  "글을 많이 읽었다는데 과연 그랬느냐?"

  "사서삼경 이외에 제자백가의 서적도 역시 모두 읽었다."

두 번째 물었다.

  "재산이 있는가?"

  "빈한한 선비가 어찌 재산이 있을 이치가 있느냐?"

세 번째 물었다.

  "무슨 목적으로 감히 폭도 노릇을 했느냐?"

  "너희 일본놈들을 배격하기 위한 것이었다."

네 번째 물었다.

  "통솔한 부하가 삼백 명이 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랬느냐?"

  "그렇다."

다섯 번째 물었다.

  "조선이 일본에 합병된 이래로 천황의 은덕이 망극하여 일반 신민이 모두  다 즐거워하는데 너도 역시 충실한 국민이 되고 싶지 않느냐?"

  크게 웃음을 웃고 대답했다.

  "차라리 대한의 개와 닭이 될지언정 네 나라 신하 되기는 원치 않는다."

여섯 번째 물었다.

  "의병이라 자칭하면서 인명을 살해하고 마을에  불을 놓고 공금을 강탈하였으니 이  무슨 불법의 행동이냐?"

  "제 나라를 배반하고 일본놈에게 붙은 자는 부득불 죽이고 집을 불태울 수밖에 없었으며, 공금에 있어서는 본시 대한국 국세이다. 임금이 잃어버린 것을 신하가 찾아 쓰고, 아비가 잃어버린 것을 자식이 찾아 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무엇이 불법이란 말이냐?"

일곱 번째 물었다.

  "그렇다면 군대를 해산하고 종적을 숨긴 것은 무엇 때문이냐?"

  "시기가 불리하여 성공되지 못한 것을 알기 때문에 잠깐 동안 군사를 휴식하고 후일의 기

회를 기다리기 위해 그런 것이다."

여덟 번째 물었다.

  "충신, 의사라고 자부하면서 이미 성공  못할 줄을 알았다면 죽음이  있을 따름인데 하필 구구히 살아남아서 이런 곤욕을 당하느냐?"

  "네놈들이 어찌 내가 죽지 않은 까닭을 알겠느냐? 옛날 제갈공명은 여섯차례나 기산에 나가서 싸웠고, 강유가 아홉번째 중원을 친 것도 모두 성공  못할 줄을 알면서도 강행한 것이다. 비록 성공 못할 것을 알아도 끝까지 노력하여 죽은 뒤에야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당당한 국사로서 후일의 관복을 계획하지 않고 어찌 스스로 죽을 수 있겠느냐?"

아홉번째 물었다.

  "창의록을 장황하게 저술한 것은 무슨 소용이 있어서 그랬으며, 불망록은 무슨 의미가 있어 그렇게 수다하게 적었느냐?"

  "창의록으로 말하면 충분심이 격동하여 그렇게 아니할  수 없었고, 또 그것을 일본정부에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그리고 불망록으로 말하면 의병을 일으킨 5, 6년에 많이 친구의 보조를 받았기 때문에 뒷날 은혜를 갚고자 해서 그런 것이다."

열번째 물었다.

  "사실 심문은 끝났다. 너도 자신에게 이익될 말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하라."

  "지금 포로가 되었으니 다만 빨리  죽여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무슨  자신을 유리하게 할 말이 있겠느냐. 비록 그러하나 다만 한되는 바는 이등박문이 안중근의 손에 죽었는데,  나는 사내정의와 우리 나라 오적, 칠적을 죽이려다가 못 죽인 것이요, 또 동경, 대판에 불을 지르려다 못한 것이다."

  재판장이 출석하면서 석용더러 기립하라고 청하므로 석용은 말했다.

  "기립이란 바로 경의를 표하는 것인데 원수놈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치가 어디 있느냐. 이 때문에 전일에도 실행되지 않았던 것인데 어찌 번거롭게 하느냐?"

  왜놈들이 간수들을 시켜 부액하여 강제로 일으키므로 석용은 크게 꾸짖었다.

  "네놈들이 강제로 나를 일으키지만 마음이 안 일어나는데 어찌하느냐?"

  판사가 사형선고를 분명히 읽고 퇴석하므로 석용은 태연히 말했다.

  "집안 일을 부탁하고자 하니 내 아들과 면회시켜주기를 청한다."

  왜놈들이 아들을 끌고 와서 석용 앞에 절을 시키므로 다만 효도하고 우애하라는 두어 마디 말을 부탁하는데 눈빛이 번쩍여 이채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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