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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기성복의 틀 속으로 사상을 규정한다.

환타스티아/판타주저리 2007/05/10 14:39

역사는 기성복의 틀 속으로 사상을 규정한다.

공자가  충성, 효도와 같은 윤리와 <인> 사상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공자의 사상은 <가족윤리>만을 언급하였다는 후대인들의 비판과 주장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 공자는 <가족윤리>라는 말을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태조왕건은 <호족연합정권>이란 말을 쓴 적이 없고, 그런 거창한 말을 만들 이유가 없었다. 한국 중세사회를 열었다는 최승로는 <중세>라는 시대구분이 서양에 있었는지도 몰랐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글들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만물유전의 법칙>이란 말을 그가 사용한 적이 없으며, 플라톤의 모든 책들을 다 읽어본다 해도 <플라토닉 러브>라는 말은 한 단어도 나오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목적론, 실제론>이라고 규정한다고 해도 실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쇼펜하우어는 <지성>이란 말을 사용할 때, 자신의 글들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지, <지성>이 어쩌고 저쩌고를 따지려고 한 것이 아니다. 시민혁명을 이끈 근대 사상의 아버지 로크의 글에 <타블라 라샤>라는 유명한 문구는 눈 씻고 봐도 없다.

이승복 어린이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말했다는 증언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나폴레옹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라는 말을 증언해 주거나 기록으로 남긴 사관들도 없다. 이순신이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을 증언한 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기록도 없고, 그 말에 대한 진위도 불분명하다.

루소의 방대한 책들을 모두 뒤져봐도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헤겔의 모든 책을 뒤져보아도 <변증법적 유물론, 정반합의 개념>을 언급한 단어는 없다.

역사가들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부각 시키기 위해 그들의 행동이나 사상을 <한 단어> 속에 집어넣고, 대중들에게 엄청난 교훈과 감동을 주는 <사실>로 만들어준다.

그 역사가가 인물과 같이 살았던 당 시대의 역사가이든, 후대의 역사가이든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복잡하고 체계적이지도 못할뿐더러 어떨 때는 비합리적인 행동도 했을 법한 인물들을 <일괄적으로> 묶어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한 인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책임져야할 것들이 많아진다.

살아있을 때는 단지 평범하거나, 약간의 존경받았던 이들이 죽은 뒤에는 더 많은 책임감 속에서 허우적 거려야 한다.

루소는 단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고, 국가와 사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했을 뿐이다. 그는 교육을 말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들을 제대로 양육하지 못했다. 그러나, 죽은 뒤 루소는 위대한 교육혁명가로, 시민혁명의 아버지로, 계몽사상가로 점차 책임질 일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루소의 장점을 알아야 똑똑한 지식인이 될 수 있다.

니체는 단지 <신은 죽었다>를 말하고,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니체의 복잡한 이야기를 다 이해하려들지 않고, 또 설사 니체를 알고 싶다 해도 바쁜 21C에 니체에 매달린 시간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역사가들은, 그리고 정치인들은...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자신들의 입맞대로 바꾸어 사용한다. 니체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이승복 어린이는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을 하면서 반공과 남북분단, 국가주의라는 말도 알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지날 수록 역사적 사실은 많아지고, 우리는 좀더 간결하게 역사를 <줄여서> 이야기 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현재의 삶에 인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교훈을 얻으려고 노력할수록, 그 교훈이 빗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과거인들이 실제 했었던 생각이나 행동보다 우리가 얻으려고 하는 교훈이 훨씬 더 <포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역사에서 우리가 진리를 찾는 다는 것은, 백사장에 떨어뜨린 진주알 하나를 찾는 것과 같은 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가 버릴 수록 진리는 더욱 불분명 해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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