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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히스토리아 역사 스토리

사학과 입학을 앞둔, 혹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역사는 매우 흥미로우며, 또한 역사만큼 널리 알려진 것도 드물다. 아마 사학과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역사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거나, 겨우겨우 점수를 맞춰 입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역사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수능에서 국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중 두 세 개를 신청하여 시험을 수능을 치뤘을 것이며, 관심이 없는 학생들 역시 세 개의 역사 과목 중 하나 - 아마 대부분이 국사 혹은 한국근현대사 -를 선택하여 공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고등학교에서 배워둔 많은 역사적 사실들이나 평가는 사학과에 진학하고 나서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수능의 “삼사 - 국사, 한국근현대사, 세계사 - ”를 경험한 학생들도, 처음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하다보면 적지 않게 당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그동안 배워왔던 역사와 매우 다른 학계의 추세와 낯선 자료, 외국어로 된 많은 사료들로 인해 적지 않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아니면 고등학교 시절엔 배우지 않았던, 중앙아시아나 일본, 이슬람 등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배우게 되어 몹시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필자 역시 그러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교에 먼저 다니고 있는 선배로서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 몇 가지 충고를 해주고 싶다. 


역사와 역사학은 다르다!!

  앞으로 배우게 될 역사는 지금까지 배워왔던 역사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를 그저 ‘이야기’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각주:1] 이로 인해 사람들은 역사에 관련된 컨텐츠를 많이 접하게 됨으로써 그 내용 자체가 역사요, 앞으로 대학에서 배우게 될 역사학이라는 착각을 하기 쉽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고대 그리스는 아테네를 중심으로 민족의식이 아주 발달한 곳이었다, 라고 우리는 고등학교 때 배워왔다. 아테네의 강한 민족의식은 올림피아 등으로 표출이 된다고 한다. 이는 대체적으로 맞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많이 있다. 아테네는 민족의식과 민주주의를 대외영향력을 높이려는 선전의 도구로 사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아테네 제국’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약소 폴리스들은 페르시아와의 정치적 상황이나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아테네와의 민족의식을 공유할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각주:2]

  앞서 언급한 것이 고등학교 때 배워왔던 ‘역사’라면 뒤에서 언급한 것은 대학교 때 배우는 ‘역사’이다. 대학에서 배오는 역사는 고등학교에서처럼 그저 약간의 사실과 그에 대한 언급을 암기하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랬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 설명되어져야만 한다. 역사는 과학적이어야 한다. 그것이 “역사학”인 것이다.
 

근대과학으로써의 역사학
  “역사학(歷史學, Study of History)”는 근대적인 개념이다. 근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설명할 수 있겠는데, 이를 최초로 규정했다고 하는 사람이 국사나 세계사 시간에 이름 깨나 들어본 역사학의 아버지 “랑케”이다. 랑케는 역사학에 과학적인 개념인 실증을 강조하여 실제로 많은 사료를 모으고 고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랑케의 이러한 작업은 과학자가 실험을 하여 자연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사실史實로써 설명하도록 하라.”라고 하는 그의 말은 역사학자가 마치 자연 과학자처럼 “과학자”의 입장에서 사료들을 실증하길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료의 위조 유무를 가려내는 것과 많은 사료를 통해 시대상을 그려내는 작업은, 마치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는 것과 같은 절차와 실험기술을 통해서 행해지는 것이다.[각주:3] 

대학 역시 유비무환
  수업을 들어 오시자마자 교수님이 우리에게 새로이 들어올 후배들과 전화통화를 해보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당부하길 “제발 개설서 좀 읽고 오라”고 하셨다고 한다. 대학 공부에 대한 기본은 물론 고등학교 때 갖추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만으로는 대학 공부를 하기에 큰 무리가 있다. 앞서 고등학교에서 익힌 것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말 그대로 “적지 않은 도움”일 뿐이지 크나큰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원만한 학습을 위해서 대학에 입학하기 전 방학기간 동안 몇 가지 입문서 등을 읽어두어 앞으로 공부할 내용에 대해 적응해 두는 것이 좋다.

  현재 많은 종류와 형식의 개설서들이 꽤 소개되어있다. 물론, 『~개론』이라고 나와있는 책들이 가장 무난하지만 수능 때 세계사를 보지 않은 학생에게는 다소 딱딱하고 버거울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차라리 고등학교에서 공부할 때 사용하던 교과서나, 자습서 등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수능 때 세계사를 보고, 어느 정도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한국사통론』,『서양사개론』,『동양사개론』 등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각주:4]
  또한 요즘에는 교양 수준 이상의 훌륭한 다큐멘터리도 많이 잘 나와있다. KBS의 『도자기』는 도자기를 통한 세계의 교류와 발전에 대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다루고 있다. BBC는 이미 훌륭한 다큐멘터리로 널리 이름이 나 있으며, NHK의 『新 실크로드』 역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역사상 실크로드에서 있던 교류에 대해 흥미롭게 담아내고 있다. 최근 CCTV의 『대국굴기大國屈起』가 큰 인기를 끌었으나 중국의 정치적인 의도가 너무 강하게 나타나 있어 그것을 걸러 보아야할 필요가 있다.[각주:5]

  만약 대학원을 생각하며 대학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신의 전공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외국어 공부에도 힘써야 한다. 중국사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한문, 특히 고문古文에, 서양사를 전공하고자 하는 사람은 라틴어에 능숙하여야 한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몽고사를 전공하기 위해서는 중국어, 페르시아어, 몽골어 등등 여러 외국어를 공부해야만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가 있다.


 
막상 적고 보니 지나친 잔소리가 되어버렸다. 결론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고등학교 때 일방적으로 전달된 역사와 대학에서 배우는 역사가 다르다는 것과, 처음 대학에서 원만한 학습을 위해 기초적인 지식을 쌓아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어의 활용은 사료를 보고 논거로 활용하는데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능숙하지는 못해도 익숙해져야할 필요가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즐거운 수업을 준비하는 소소한 노력이다. 언급한 모든 책, 모든 다큐멘터리를 볼 필요는 없다. 그러한 것들을 몇 가지 접해보면서 대학에서는 어떤 걸 어떤 식으로 배우나 보다, 라는 감을 잡아보자. 그러면 확실히 대학에서 공부하는 역사가 막막하다거나 마냥 답답하진 않을 것이다.

  1. 이러한 경향은 최근 역사책을 사칭한 어떤 소설책에 의한 것이다. 그 책은 여전히 "역사책" 중 베스트셀러의 순위에 당당히 오르고 있는 중이다. [본문으로]
  2. 김봉철, 「고전기 그리스인의 민족 정체성의 실제 - 페르시아 전쟁 이후 그리스인의 이민족에 대한 행동 사례들을 중심으로-」를 참고 [본문으로]
  3. 이에 대해서는 역사학입문에 대한 많은 책들에서 그 기술을 논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사료가 몇 개일 때, 고증하는 방법 등이다. [본문으로]
  4. 민석홍 선생의 『서양사개론』 같은 경우 민석홍 선생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학계의 최근 동향이나 결과에 대해 반영할 수가 없게 되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신채식 선생의 『동양사개론』의 경우는 그 의견이 명확치 않은 부분이 있어 혼란을 주기도 한다. [본문으로]
  5. CCTV의 『대국굴기』는 책으로까지 출판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광고 카피 중엔 "서양 강대국들의 경영전략!!"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중국의) 독재가 경영전략이라는 말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