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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히스토리아 역사 스토리

히파티아 : 불타 버린 그리스 철학자의 시대

끄적대는 낙서 세계사 (8)

히파티아 : 불타 버린 그리스 철학자의 시대

1. 로마 vs 알렉산드리아

오늘 설명할 여성 철학자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죄로 비참하게 죽은 인물이야. 지난 장에서 설명했던 <테오>보다 20년 늦게 태어났고, 기독교 교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인물이지.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그리스의 전통 유산>을 가진 인물이 <테오>의 시대를 살아가다가 <갈라>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역사의 먼 뒤안길로 사라진 이야기이지. 이 인물은 역사적으로 크게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최근에야 로마의 역사책 한 귀퉁이에 등장하기 시작했어.

370년... 히파티아가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났어. 그녀의 아버지는 테온인데,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수학 교수였지.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학문의 중심지였어. 로마 제국의 동부 교통로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만큼, 동양과 서양의 철학, 종교, 사상, 자연과학이 뒤섞인 문명의 땅이었지.

그런데, 히파티아가 유년을 살았던 시기의 로마는 엄청난 위기를 맞아하고 있었어. 지난 장에서 이야기했지? 동로마의 발렌스 황제가 게르만족들에게 대패해서 죽고, <테오>가 황제가 되어서 게르만을 로마백성으로 통합하려고 했다고... 그리고, 그 통합 정책은 크리스트교를 통한 민족 대통합이 핵심이었다고...

로마 제국은 크리스트교를 국교화 시킨 자들과, 전통신을 믿는 자들의 전장으로 바뀌고 있었어. 황제가 국가 통합을 위해 내세운 크리스트교는 점차 체계적인 교리를 잡아가면서 <전통신과 전통 철학>을 위협하고 있었지.

로마에서 철학이란, 점차 신학을 지칭하는 말이 되가고 있었어. 어느 날부터인가 진리는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 되어 버렸고, 민중을 계몽하는 일은 교회가 도맡아 하게 된 것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리아는 <전통 학문>의 중심지로서 꿋꿋하게 갈 길을 가고 있었어. 하지만, 동서 학문의 중심지이자, 그리스 철학의 보루였던 그곳에도 <크리스트교 국교화>의 바람이 불면서 한 여성 철학자를 비극적인 죽음으로 끌고가게 되지. 그녀의 시대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 알렉산드리아의 여성 철학자

그리스의 저명한 철학자인 플라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해.

사람은 동굴 속에 갇혀있는 것과 같다. 동굴 밖에서 누군가 지나간다면 벽을 보고 있는 우리는 누군가의 그림자를 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 그림자를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실체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나가 버린 어떤 것이다. 우리는 본질인 <이데아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눈으로 본 것만을 생각한다.

라고...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히파티아가 배우고 자란 것은 그런 것들이였어. 문명은 수많은 지식을 남겨주지만, 그 지식을 형성하고, 받아들이면서 절대적인 <이데아>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는 걸...

그녀가 생각한 <신>이라는 것, <종교>라는 건 <실재에 대한 근원>이 무엇인지, <이데아>가 무엇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이었지. 그녀는 이런 방법을 알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비밀 단체>를 만들어서 공부를 했다고도 해. 진리의 궁극적인 발견은 <영혼>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영혼이란 것은 우리의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야.

이렇게 세상에 대한 실제 근원인 <이데아>가 존재하기 때문에, 절대적 진리가 무엇인지, 진리를 이루는 <이데아>의 규칙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철학이 바로 <신플라톤 철학>이야. 사실, 그녀가 합리적인 수학자, 과학자, 철학자라고 생각하는 건 지금 기준은 아니야. 그녀 시대의 수학은 하늘의 규칙성을 찾아내는 천문학이나 점성술과 연관되어 있었고, 철학 역시 우주의 진리와 <이데아>를 찾는 것이였거든.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연현상은 만물의 근원을 찾아가는 탈레스식 자연과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철학은 소피스트의 현실 정치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 물론, 그 완성은 <이데아>의 세계를 통해 우주와 인간세계의 모든 규칙을 정리한 플라톤에서 이루어지지만....

  내가 하려는 말은, 당시 과학이라는 것 역시 종교적인 것, <이데아>적인 것, 영혼에 관한 것 들이 혼재되어 있는 일종의  신앙이라는 점이야. 그래서 당시 과학은 이중적인 면을 가질 수 밖에 없지. 기독교라는 종교처점 종교성을 가지고, 다른 종교들 속에서 께 살아남던가.... 기독교와 같은 종교에 의해 미신이라는 오명을 쓰고 사라지던가...

  지금 나는 2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해. 하나는 기독교에 의해 처참하게 불태워진 신플라톤 철학 이야기를 히파티아를 통해 해보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 교리를 완성하는데 이용된 아우구스티누스의 교부 철학을 이야기하려고 해.

그녀의 어린 시절.... 그녀의 선생은 바로 아버지이자 대학교수였던 <테온>이었어. 아버지의 교육으로 그녀는 알렉산드리아가 자랑하는 모든 철학적, 과학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지.

그녀는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이 사용했던 웅변술과 수사법도 배웠어. 여성답게 미소지으면서 상대방의 기분에 맞추어 목소리 톤을 조정하는 법, 열정적인 톤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법, 소크라테스와 같이 문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법 등등...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의 문명인 이라면 배워야 할 승마, 체조, 등산 등으로 아름다운 육체를 가꾸었고, 주변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등 다양한 교육을 받았지. 사람들은 그녀를 학문의 여신인 <뮤즈>라고 칭송하기도 했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덕분일까? 그녀의 지성과 미모는 널리 알려졌고, 알렉산드리아의 수학, 철학 교수가 되었지. 서양 역사상 최초의 수학자라고 봐도 될 것 같아. 과거 그리스의 민주주의도 여성에게는 참정권 조차 주지 않았잖아.

그녀는 수많은 제자들을 거느렸고, 뭇 남성들에게 수많은 구애를 받기도 했어. 하지만, 그녀는 <진리와 결혼했다>면서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 하지만, 그녀의 시대는 <그리스 철학>이 크리스트교 철학에게 자리를 양보해야만 하는 <교부의 시대>였어.

(위)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작) / (아래) 학당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묘사된 히파티아 부분

3. 종교 전쟁의 시대에서...

390년.... 로마에서는 이미 크리스트교를 국교화 하였고, 제우스교를 믿는 수많은 군인들이 <테오>에 의해 박해를 당하던 시기였어. 문제는 <그리스 철학> 역시 크리스트교와 융합하기 힘들었다는 점이지.

크리스트교가 그리스, 로마의 전통 종교, 전통철학과 싸우는 동안, 이 둘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였어. 교회에서는 <그리스 수학>을 이교신앙으로 보기도 했거든.

고대의 수학이라는 것은 사실, 종교적인 부분이 많았지. 수학자들은 하늘의 별의 위치를 연구하는 천문학이나 점성술을 수학이라고 생각했거든. 우리가 <수학의 아버지>라고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있지? 사실 그 양반도 원래는 <오르픽교>를 믿는 종교인이었어. 오르픽교는 영생의 신 디오게네스를 믿는 종교인데, 불멸과 부활이라는 것을 믿는 종교라는 점에서 후대 기독교의 교리체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종교이지.

중요한 것은, 크리스트교의 입장에서 그리스 철학과 수학, 과학을 인정할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야. 395년, <테오>가 죽은 뒤, 전통 종교주의자들과 크리스찬 사이에는 크고 작은 분쟁들이 계속 발생했고, 거기에 유대인들까지 종교문제로 뒤섞여서 문명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도 <종교 폭동>이 종종 일어나곤 했지.

기독교라는 종교가 전통주의자들을 억누르려는 사회에서 인기있는 <얼짱 여성 철학자>의 존재... 교회가 보기에 얼마나 눈에 가시였을까?

그녀의 집에는 알렉산드리아에서 힘좀 쓴다는 부자들과 정치인들이 찾아들었어. 그녀의 철학은 논리정연하고, 과학적이었어. 복잡한 수학적 1,2차 방정식도 그녀의 손에서 쉽게 해결되었지.(그녀의 천문학적 계산법과 원추곡선에 대한 이론은 17세기 뉴턴 시기까지 더 이상의 발전이 없었다고 해.)

5세기, 이제 크리스트교의 시대가 왔어...  사람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교회를 찾아가야만 하는 시기가 왔어. 철학자가 인생을 상담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기는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살았던 옛날의 일이여야 해. 인생의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해.

그런데, 이렇게 변해가는 시기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철학자>는 존재해서는 안돼. 그것도, 여성이라는 비천한 존재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은, 당시 기독교의 입장에서 용서가 되는 일이 아니였지.

4. 그녀의 죽음.

그녀는 알렉산드리아의 총독 오레스테스와 가깝게 지내고 있었어. 유명한 대학교수인 그녀가 총독과 아는 사이라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

그런데 문제는 이 총독이 <교회>와 대립하고 있다는 것이였어. 총독 오레스테스는 알렉산드라아 내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보호하면서, 도시의 행정적인 문제들을 히파티아에게 물어보곤 했지.

<테오>가 죽은 뒤, 로마 제국 곳곳에서는 크리스찬과 전통주의자들의 충돌이 곳곳에서 발생했는데, 알렉산드리아에서는 <히파티아>가 희생양이 된거야.

총독에게 불만이 많았던 과격한 크리스찬들은 비난의 화살을 <히파티아>에게 돌렸지. 사실, 당시 전통주의 철학자와 기독교 교부 중에서도 철학적 교류를 하는 경우도 많았고, 히파티아는 기독교 지도자들과도 친분이 있었어.

하지만, 412년. 알렉산드리아의 주교로 온 <키릴루스>는 이러한 분위기를 인정할 수가 없었지. 격동의 시대에 교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 철학자가 지도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만 했을 거야.

키릴루스는 히파티아가 마차를 타고 시내를 도는 것을 즐긴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납치했어. 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무자비한 폭행을 당한 채 교회로 끌려갔지. 히파티아는 교회 안에서 옷이 모두 벗겨진 채로 살을 찢기는 고문을 당했어. 그리고 죽기 전에 화형에 처해졌지.

히파티아의 최후(1885년작)

5. 네스토리우스파의 먼 여행....

415년... 그녀는 어이없게도 불에 타 죽고 말았어.

그리고, 그녀와 같이 전통 철학, 과학을 신봉했던 이들은 이단이라는 딱지가 붙게 되지. 이 당시, 알렉산드리아처럼 과학과 역사, 철학이 발전했던 지역의 크리스찬들은 과학의 힘을 부정하지 않았어.

특히, 예수를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연구한 이들은 예수가 과연 신성만 가지고 있었을까? 그 역시 생물학적인 육체를 가지고 지상에 내려왔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모습도 당연히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

이렇게 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예수의 존재를 생각했던 이들을 <네스토리우스파>라고 해.

네스토리우스는 예수의 인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기존 교리와 팽팽하게 맞섰지. 하지만, 네스토리우스는 에페수스 공의회에서 이단이라고 판정받아. 그런데, 네스토리우스가 이단이라고 끝까지 주장하면서 그들을 몰아낸 자가 바로 히파티아를 죽인 <키릴루스>였어.

결국, 히파티아의 죽음은 단순히 지성과 미소를 갖춘 여성 철학자를 죽였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아. 철학과 과학의 이념이 존재하는 한, 전통주의자들과 끝없이 싸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은 교회의 극단적 분위기를 보여주는 거야.

히파티아가 죽고, 네스토리우스가 탄압당한뒤 반세기... 450년경.

수많은 과학자들과 지식인들은 전통 교리의 탄압에 못이겨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하게 되지. 시리아와 요리단 등 서아시아에 정착한 네스토리우스파 교인들은 <경교>라고 불리면서 아시아 크리스트교 일파가 되었어. 경교는 중앙아시아를 거쳐, 훗날 중국 당나라까지 전파되었고, 만주와 신라에서도 성모마리아상이나 십자가상이 나왔다고 해. (경주 기독교 박물관을 만드신 분의 말에 의하면....)

히파티아가 죽은 415년. 고대 철학은 이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게 되. 알렉산드리아는 로마가 망한 뒤 서유럽의 교인들에게 잊혀지게 되지. 그리고, 히파티아가 죽을 무렵 기독교 철학을 완성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신국론>을 적어서 기독교 전통 교리를 완성하게 돼...

신국론은 <인류의 역사는 곧 하나님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역사를 쓰고 있지.

이제 플라톤의 철학도 교회의 철학으로 흡수당했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 철학은 이슬람 지역으로 넘어가서 몇백년 동안 유럽인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돼. 이슬람과의 십자군 전쟁이 벌어진 먼 훗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럼... 다음 편에서는 다른 인물을 다뤄보자. 이번엔 기독교를 전통신과 그리스철학에서 분리해서, 독자적인 체계로 만든 <교부 철학의 아버지>, 아우구스티누스의 이중적인 인생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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