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통상조약'와 관련있는 히스토리아의 글 목록1건

  1. 2007.07.17 1885년 조선의 중립화론을 주장하다. (3)

1885년 조선의 중립화론을 주장하다.

1. 갑신정변 이후 정세

갑신정변 이후, 우리나라는 또 다시 청에게 정치적으로 종속되고 맙니다. 임오군란, 갑신정변이 모두 청의 개입으로 실패하면서 우리나라는 청에게 내정간섭을 심하게 받게 되죠. 그리고 일본은 조선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청을 견제하고 조선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조선과 지속적인 조약을 체결합니다.

일단, 임오군란 때는 제물포 조약을 통해 일본군이 조선에 주둔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얻어냅니다. 갑신정변 때의 톈진조약으로 조선에 주둔한 일본군이 청군과 공동 출병, 공동 철수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냄으로서 최소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청에게 밀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조선의 정치적 주도권은 아직 청에게 있었죠. 청은 <흥선대원군>을 납치하고, 민씨정권쪽에다가는 <정치고문, 경제고문>을 파견함으로서 조선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으니까요.

2. 조선과 러시아는 서로의 목적에 도움이 될 듯 싶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은 <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러시아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러시아는 1880년 조선책략이 들어왔을 때, 일본, 중국, 미국과 연합하여 막아야 한다고 인식하였던 나라입니다. 갑신정변 직전까지만 해도 개화파 중에서 이 말을 의심하는 사람이 적었죠.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러시아는 우리 나라와 아무런 원한도 없는 나라이고, 이 나라를 이용하면 청과 일본의 조선 침투를 막기에 좋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80년대 초반부터 위정척사파들은 러시아를 적대시하는 개화파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우리와 아무런 이익관계가 없던 나라였으니까요.

일본이 이미 우리의 수륙 요충 지대를 점거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만약  그들이 우리의 허술함을 알고 충돌을 자행할 경우 이를 제지할 길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은 우리가 본래 모르던 나라입니다. 갑자기 황 쭌셴의 종용을 받고 우리 스스로가 끌어 들인다면, 그들이 풍랑을 헤치고 험한 바닷길을 건너와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의 재산을 약탈 하거나, 저들이 우리의 약점을 잡아 어려운 청을 강요한다면 이를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러시아는 본래 우리와는 혐의(嫌疑)가 없는 나라입니다. 공연히 남의 이간을 듣고 우리의 위신을 손상시키거나 원교를 핑계로 근린을 배척하다가 만의 하나 환란이 일어나면 장차 이를 어찌하겠습니까?

사학에 종사하여 재화를 이루고 농, 공을 일으킨다고 하지만, 원래 우리에게도 옛부터 재용과 농공에 대한 훌륭한 법규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서학에 종사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야소교 전래가 해롭지 않다고 하는 것은 사교를 조선에 유포시키려는 간계이니, 주공, 공자, 정자, 주자의 가르침을 더욱 밝혀서 그 사람 귀류들을 물리쳐야만 하는 것입니다.

-이만손의 영남 만인소 중에서 조선책략의 내용을 비판한 글 -

사실, 조선은 청과 일본을 막기 위해 미국과 먼저 접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먼 나라인 미국은 조선을 돕는 것이 자국에 도움이 될지 확신하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접촉한 청나라의 대항마는 러시아가 된 것이죠.

그럼 러시아는 우리를 도왔을 때 무슨 이득이 있을까요?

러시아는 당시 적극적인 <남하정책>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북극해에서 내려와 얼지 않는 항구(부동항)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죠. 덩치큰 러시아는 이것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열강들과 부딪히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발칸반도로 진출하기 위해 러투전쟁, 크림전쟁 등이 지속되었고, 청나라와는 아이훈 조약, 네르친스크 조약 등으로 국경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또 표트르 3세, 에카테리나 2세 등을 거치면서 알레스카와 북미까지 진출하려고 하였습니다.

1860년이 되면서 청과 러시아의 관계는 급속이 냉각됩니다. 1860년 청이 아편전쟁에서 져서 영국과 베이징 조약을 맺을 때 러시아는 이 조약을 중재한 대가로 연해주를 획득하게 됩니다. <연해주>는 우리나라 동북쪽 국경과 마주보는 곳으로서, 이제 러시아가 우리와 국경을 통해 직접 만나는 국가가 된 것입니다.

1884년 조선는 러시아와 조러수호통상조약을 맺고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인정하면서 청과 일본을 견재>하려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러시아와 조선이 각각의 목적을 가지고 만난 것이지요. 그 공통의 목적은 성장하고 있는 청, 일본의 세력을 막는 것이었습니다. 러시아는 베베르를 조선에 외교 고문으로 파견합니다.

1888년에는 육로통상조약을 체결하는데, 그 내용은 러시아와 마주보는 동북국경선인 <함경북도 경흥에서 국경무역을 허락>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8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도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적 침투를 시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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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러수호조약원본>

3. 조선은 중립을 외치고 싶다.

러시아를 막기 위해 일본은 영국과 손을 잡기 시작합니다. 영일동맹 이전부터 이미 일본과 영국이라는 섬나라는 항구를 찾아 남하하는 러시아를 막기 위한 공동전선을 편 것이지요. 특히, 1885년 조선이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려고 러시아와 조러비밀협약을 추진했는데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한다는 구실로 우리나라 남쪽의 섬인 <거문도>를 불법으로 점령하는 거문도 사건을 일으킵니다. 이제 한반도는 <청, 러시아, 일본, 영국>이라는 4개의 나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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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중반 4개국의 조선 간섭 : 청, 러시아, 일본, 영국>

이렇게 되자 조선주재 독일 부영사인 부들러는 조선의 외교 담당관이었던 김윤식에게 한반도의 중립을 건의합니다.(1885) 조선이 이러다 청일 양국의 전쟁터가 되고, 조선은 청일간의 승자에게 넘어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것이 부들러의 주장이었습니다. 실제, 10년 후 청일전쟁이 터지고 일본이 한반도 주도권을 잡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10년을 내다본 통찰략으로 말한 것이지요.

그러나, 조선의 조정은 이러한 의견에 부정적이었고,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였습니다. 조선 정부는 <톈진조약에서 조선에 대한 공동출병과 공동철수를 보장하여 세력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립을 외쳐 그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공론만 벌이다가 중립론을 인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 미국에서 유학을 다녀온 유길준 역시 조선 중립화론을 주장하지만, 민씨정권은 그를 김옥균, 서재필과 같은 급진 개화파의 무리로 몰아 버리는 바람에 조선 중립화론은 공표되지도 못한채 사장됩니다.

우리의 지리적 위치는 벨기에와 같고, 중국에 조공하던 것은 터키에 조공하던 불가리아와 같다.

불가리아의 중립은 유럽 열강들이 러시아를 막기 위함이고, 벨기에의 중립은 유립 열강들이 자국을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나라가 아시아의 중립국이 된다면 러시아를 방어할 수도, 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직 중립만이 우리를 지키는 방책인데, 우리 스스로가 제창할 수도 없으니 중국에 청하도록 하자. 아시아에 관계있는 여러 나라들이 화합해 조선의 중립을 확인받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며 다른 여러 나라가 서로 보전하는 계책도 될테니 무엇이 괴로워서 하지 않겠는가?

- 유길준의 조선 중립화론 -

유길준이 위 글에서 제시한 중립화론은 우리의 현실이 답답해서 한번 말해본 감정적인 중립화론이 아닙니다. 유길준은 미국 유학을 다녀온 후 서유견문을 적을 정도로 당시 시대 상황을 꿰뚫어보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럽의 벨기에, 불가리아와 같은 중립국이 생긴 원인을 국제 정세에서 분석하여, 우리가 중립을 하였을 때 주변의 반응과 주변국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변 열강 모두에게 인정을 받으면서도, 주변 열강들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실리적 중립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의 집권자들은 이러한 의견을 한번 고민해보지도 않은 채, 김옥균당의 변병이라면서 묵살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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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준>

오늘 글은 상당히 짧았네요. 다음 장에서는 중립화론이 무효화 된 이후 일본과 청이 본격적으로 조선에 침략하는 과정을 조일수호조규부록, 통상정정, 조청상민수륙무역장정을 통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 이 글을 위해 참고한 역사도서 모음

1. 한국사특강, 서울대학교 출반부, 1991
  2. 한국사통론, 변태섭 저(4개정판), 1997

  3. 7차 교육과정 근현대사 교과서(대한교과서)
  4. 이야기 한국사, 교양국사연구회, 청아출판사, 1988
  5. 한국통사, 박은식 지음, 김승일 옮김, 범우사, 2006
  6. 누드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이투스, 2007
  7. 뿌리깊은 한국사 샘이 깊은 이야기 6권, 김태웅 지음, 2003, 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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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스토리아 기업부설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