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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 이야기 14 - 봉건제도의 등장과 선종의 유행

1. 사무라이의 등장과 봉건제도

일본에서 봉건제도가 등장한 것은 중세 이전의 헤이안 시대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양사에서도 중세 봉건제도의 기원을 고대 로마의 콜로누스 제도와 로마식 주종관계에서 찾듯이 말이죠. 일본인들 역시 일본식 봉건제도의 기원을 일본 고대 말기의 역사적 상황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일본의 봉건제도는 고대 말기 부유층의 장원 개발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일본 고대 말기에 천황가의 알력 다툼 속에서 부유한 토지 소유자들이 등장합니다. 동양사에서는 이러한 계급을 공통적으로 호족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일본 고대 말기의 토지 소유자들은 호족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중국사에서 비롯된 개념인 호족은 일정한 무력과 일정한 토지 소유, 그리고 자신들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문개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말기의 부유층은 빈농에서부터 출발하여 무사집단간의 전쟁 등을 통하여 등장한 계층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양 고대사인 그리스, 로마 등에서 보듯 정복 사업으로 평민층이 성장하여 자신들의 지위향상을 했던 쪽과 더 유사한 면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러나, 로마에서도 노빌리스나 에퀴테스 등의 신귀족 계급이 보수화 되었듯, 일본 고대의 평민들도 무사집단에서 출발하였지만, 그들의 지도자는 결국 국왕가의 후손이었습니다. 고대 후기 천황가의 알력 다툼 속에서 천황 후보가 될 수 있는 천왕가의 후예들이 평민들을 체제 속으로 흡수하여 무사단을 조직하고 주도적인 지위를 얻으려 했던 것이지요.

예로, 무사를 뜻하는 <사무라이>라는 단어는 <스스로 무력을 소유한 자>라는 뜻이 아니라 <대기하는 자>라는 뜻의 일본어 어원을 가진 단어입니다. 그리고, 고대를 부수고 중세를 연 막부의 지도자들은 모두 하층민 사무라이가 아니라 천황가와 일정한 관련을 가진 천황가의 후손이었고, 그들이 이끈 무사단이 막부 시대를 연 것이지요. 일본사에서도 평민계급에 의한 정권수립은 없었습니다.

2. 고대 말기부터 등장한 봉건적 토지 질서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본 고대 말기부터 이미 중세적인 특징을 가진 토지제도가 존재하였다는 점입니다. 일본의 봉건제적 토지질서는 고대 <반전수수법>부터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고대 천황은 중국 당나라의 율령을 받아들이면서 <아시아적인 토지 공유제>를 주장합니다. 즉, 중국식 정전제를 모방한 균전제를 일본에 도입하여 모든 토지를 국가가 관리하려고 한 것이지요. 그러나, 각 지방의 독자적 힘이 강하였던 일본의 호족정권들은 천황가의 이 제도를 반발하였고, 일본 고대의 토지제도는 <반전수수법>에 대한 반발로 점차 토지 사유화가 진행됩니다.

천황은 각 세력들의 반발로 결국 토지 공유제를 완전 포기하고 맙니다. 따라서 일본 고대 말기에는 귀족, 부농층, 불교세력 등이 각자 토지를 가지고 백성들을 부역하면서 장원을 소유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토지사유자 중 부농층의 토지 운영 방식입니다. 귀족과 사원세력 외에 부농층들은 경제권은 있으나, 정치적 실권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보다 하층민인 빈농층과 농노(?)층을 이용하여 토지를 경영하면서 실세인 귀족들에게 세금을 내야만 했습니다.

즉, 부농층들은 자신의 장원이 약탈당할 것을 우려하여 <유력 귀족>에게 토지를 형식적으로 바쳐버립니다. 유력 귀족은 부농층이 토지를 바치면, 그 대가로 세금을 걷어가고 부농층의 토지를 무력으로 지켜줍니다. 그리고 <유력 귀족>은 더욱 높은 귀족이나 천황가에 세금을 일부 바치고, 부농층의 권리를 국가권력으로부터 지킬 수 있도록 해줍니다. 즉, 토지경작자와 토지를 받은 소유자, 그들보다도 높은 권력자라는 연줄이 생기게 되죠. 이것이 바로 일본식 봉건제도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일본식 봉건제도는 서양식으로 계약에 의해 맺어진다기 보다는 토지소유자와 귀족간 대대로 맺어진 끈끈한 인연에 의해 맺어집니다. 소위말하는 의리라는 것으로 맺어진 관계이지요.

부농층은 귀족들에게 토지와 세금을 바치는 대신 안정된 경작권을 얻음으로서 스스로 무장하고 힘을 갖추게 됩니다. 이 부농층이 재산을 모아 무사단을 만들고, 돈으로 자신을 지킬 자(대기하는 자 : 사무라이)를 마련하면 불합리한 세금이나 억압에 대해 항거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 새로운 부농 계급과 무사집단이 성장하면서 일본 고대는 몰락하였고, 거대 장원을 가진 자들로 이루어진 일본 중세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들 부농층, 유력귀족, 중앙의 실력자와 황족은 중세시대 무사, 슈고, 지토 등의 개념과 연결됩니다.

3. 미나모토노 가문의 봉건질서

일본 봉건제도는 최초의 막부인 미나모토노 가문에서 기틀이 잡힙니다. 미노모토노가 정이대장군에 임명되면서 슈고, 지토의 임명권을 갖게 되면서 시작된 12세기의 가마쿠라 막부는 일본 봉건제도의 여러 용어들이 구체적으로 나오는 시기입니다.

일단 슈고의 개념부터 볼까요? 슈고란 지방(고쿠 : 국)의 군사권과 경찰권을 위임받은 직책으로 쉽게 말하면 지방 행정관입니다. 이들은 미나모토노 가문에 의해 지방으로 보내져 지방 장관들에게 보수를 받아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지토란? 쉽게 말하면 토지관리관입니다. 중세시대 각지마다 거대한 장원이 있어서 이들 장원에서의 세금은 곧 막부의 운영 자금과 연결되었습니다. 막부는 각 지방의 장원을 관리하면서 세금을 걷고, 장원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시급했죠. 지토는 이 장원을 감시하는 자로서 경제와 치안업무의 핵심이었습니다.

슈고와 지토들은 막부 최고 지도자인 쇼군에 의해 임명되어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대신, 쇼군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수도인 교토와 막부 가문을 교대로 지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쇼군이 전쟁을 할 때는 당연히 나가야 했습니다. 즉, 권리와 의무가 있었던 것이지요. 단, 서양식 계약관계가 아닌 쇼군에 대한 의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봉사관계였습니다.

그럼 누가 슈고, 지토로 임명될까요? 당연히 중앙의 유력 신하 가문에서 임명됩니다. 이들 유력 가문을 일본사에서는 <고케닌>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단어입니다. 일본사 책을 보면 계속 나오는 단어죠. 고케닌들이 슈고, 지토로 임명되면 군역과 조세를 거두어 중앙에 납부하는 형식으로 은혜에 보답하게 됩니다.

4. 막부시대의 문화적 특징하면? - 선종 불교가 키워드

자 그럼 이번에는 막부시대(중세시대)의 문화 키워드로 불교를 한번 간략히 다뤄보겠습니다.

일본 중세시대는 에도막부 후반 성리학이 유행하기 전까지 불교가 성행하였는데, 그 불교는 교종 계열이 아닌 <선종계열>이었습니다. 한국사에서도 나말여초기나 고려시대의 무신정권기 등 무가정권의 영향력이 센 시기에 선종이 유행하죠? 같은 원리입니다.

무사들이 득세하는 시기에는 항상 서민들이 염원하는 게 있죠. 현세의 안정과 복을 비는 것.... 즉, 서민불교가 유행하게 된다는 사실이죠. 무사들 역시 딱딱한 교리나 원칙을 따지는 교종보다는 쉽고 간결한 구결을 표방하는 선종이 입맞에 딱 맞을 수밖에 없죠.

가마쿠라 시대의 불교는 가마쿠라 6불교라고 하는 6개의 종파불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6종교는 모두 공통적으로 엄격한 수행보다는 <나무아미타불>을 외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선종적인 불교입니다.

일본 중세가 되면서 일본 역시 종교 본연의 모습의 찾는 종파불교가 성립하게 됩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한국의 종파불교가 <불법의 논리와 이론적 완성>을 추구하는 교종적인 성격의 종파불교를 주로 한다면, 일본의 종파불교는 어려운 불법은 따지지 않는 선종적인 종파불교입니다. 일본의 종파불교는 정토종, 선종의 2가지로 요약됩니다.

정토종은 통일신라기 원효가 주장한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염불을 외우면 무식한 서민들도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경문사상의 종교입니다. 일본 정토종은 정토종, 정토진종, 시종이라는 3개의 파가 있지만, 우리가 다 알 필요는 없고 그 핵심이 <나무아미타불>을 외운다는 것으로 정리하면 될 듯 합니다.

정토종의 특징이 염불을 통한 구원이라면 선종은 좌선(참선)을 통한 깨달음을 핵심으로 하는 종파입니다. 일본의 선종은 일련종, 조동종, 임제종의 3파가 있는데 이들 모두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 깨달음이 곧 해탈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종파입니다. 한국사로 보면 지눌의 <간화경절문>에 해당하는 깨달음이라고 할까요?

정토종이든 선종이든 일본 막부시대의 불교는 대체로 경전보다는 순간적인 깨달음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 중요시되는 종교였습니다. 일본 선종계열의 종교는 가마쿠라 6불교에서 발전하기 시작하여 도쿠가와 에도 막부기에 서민불교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전통적인 <토속신 신앙>과 융합하여 독창적인 일본 불교로 나아갑니다.

가마쿠라 시대의 불교 양식은 일본 중세 문화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가마쿠라 양식이라 불리는 초기 막부시대의 문화 양식은 중국 송나라 및 한반도의 고려 양식과 융합한 일본 양식을 말합니다. 중요한 점은 일본 고대의 문화 양식이 천황과 호족 중심이었다면 중세부터는 문화의 주체가 바뀐다는 점입니다.

일단 막부 출현으로 무가적인 양식이 출현하였는데, 이 양식은 불교의 선종계열의 특징과 부합하여 무가적인 선종 불교 양식이 출현합니다. 즉, 좀더 서민적이고, 대중불교적인 양식을 말하죠. 특히 왕즉불 사상을 기반으로하는 고대 천황가의 양식과는 다르게 불사 조각이나 세밀한 목탑 등이 등장합니다. 중국은 전탑, 한국하면 석탑, 일본하면 목탑.... 아시죠?

다음장에서는 가마쿠라 막부의 마지막 장으로 막부 멸망과 남북조 시대 이야기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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