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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히스토리아 역사 스토리

콜링우드의 <사상과 역사>

콜링우드의 <사상과 역사>를 읽고...


1. 역사란 무엇인가?

콜링우드의 사상과 역사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너무 유명한 역사철학자의 책이라 한번 손을 대보긴 했는데 어렵네요.

관념론의 정점에 서 있는 역사철학자가 바라보는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려고 읽었는데, 읽고 나니 머리가 텅 비어버립니다. 도대체 무슨 글을 어떻게 읽은 것인지....

콜링우드가 생각한 역사는 역사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역사를 바라보는 역사가가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논의였습니다.

콜링우드는 일단, 모든 과거가 역사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모든 과거를 역사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면, 역사란 인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단편적인 지식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배우지 않았고, 기억하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란, 내 머릿 속에 남아있는 인상깊은 과거에 대한 풍경이나, 내가 관심을 가진 과거인에 대한 사고방식일 뿐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콜링우드가 생각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작성됩니다. 모든 과거가 역사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과거>가 역사라는 것이지요. 역사는 모든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생각하는 과거인 것입니다.

2. 현재가 과거를 재단할 수 없다.

콜링우드는 현재의 내가 바라보는 과거 속에서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예로, 내가 시저(카이사르)에 관심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역사가 되는 것이지요. 그럼, 나는 시이저라는 인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답은 <감정이입>이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역사 속에 시이저는 내가 미리 재단한 시저가 될 수 없습니다. 역사 속의 상황과 그 인물의 행동 동기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현대인의 사고 방식으로 시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내가 시저를 알고 싶다면 나는 철저히 시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내가 시저라면... 이라는 가정을 가지고 시저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것이지요. 시저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는 그의 입장에서 판단한 이후의 일입니다.

따라서 역사가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판단하는 것은 어떤 법칙적이거나 논리적인 인과관계의 귀결이 아니라 그 인물이 되어 그 인물의 <행동과 상황>을 판단하는 것입니다. 콜링우드의 표현으로 말하자만 역사를 파악하는 핵심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그의 <사상>을 파악하는 것이지요.

3. 어떻게 알고싶은 역사를 다 알수 있는가?

그런데, 콜링우드 식으로 역사를 파악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어떤 인물의 사상이나 행위를 알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콜링우드는 이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추론의 방식>을 제시합니다. 추론의 방식이란, 알 수 없는 과거의 어떤 행위와 상황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예로, 어떤 자료가 부족하여 시저의 행위를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1번째 날은 갈리아에 있던 시저가 한달 뒤 로마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간에 빠진 자료는? 답은, 갈리아에서 로마로 진격하고 있었다가 답이겠죠. 이렇게 자료에는 없지만 역사가가 그 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콜링우드는 주장합니다.

만약 어떤 인물의 행위를 알 수가 없다면? 부르투스가 아버지인 시저를 죽인 이유를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역사가는 그것을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부르투스는 공화주의자였고, 그의 사상은 시저의 사상과 달랐으며 시저에게는 정적이 많았습니다. 역사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과거가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미 과거에 그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과거를 안다는 것이 어떤 용도가 있는가?

콜링우드는 인간의 사상을 앎으로서 과거에 대해 안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결론으로서 설명합니다. 과거 인간의 사상을 안다는 것은, 과거인 역시 현대인과 마찬가지로 생각이 있고 판단에 의해 움직이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과거인들의 생각과 지혜, 그리고 그들의 판단과 실수를 안다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에서 지혜를 빌릴 수 있는 결정적 잣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역사에서 배워야 할 핵심은 <사상>이며, 사상이 곧 역사를 이끌어 간 힘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한 것입니다.

콜링우드는 대표적인 관념론자로서 역사를 이끌어간 힘이나 원동력, 법칙을 연구하기 보다는 과거에 살아 숨시는 인간 자체에 대한 감정이입, 합리적 판단 등을 중요시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역시 역사를 이끌어간 사람들의 사상을 판단하는 근거는 역사 속의 자료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였고, 그 자료가 부족할 경우에도 <과거인의 상황>에 의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콜링우드가 생각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것은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콜링우드는 과거 인간의 사상과 상황을 직접 머릿 속에 집어 넣고, 이 것을 현재와 연결시키려고 하였습니다. 카의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코드 역시 근본적인 역사 접근 방식에서는 콜링우드의 생각과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단, 콜링우드는 철저하게 과거 속의 상황에 접근하여 과거를 중심으로 한 역사적 해석을 강조했다면, 카는 한단계 더 나아가 과거와 현재 둘 모두를 강조하였다는 차이가 있는 듯 하네요.

그냥 책을 읽은 겸... 생각나는 몇가지를 끄적끄적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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