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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흥신소 절반을 보고... 후기...

은재 캐릭터.... 공감이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서움과 외로움

당신도 나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어요.  

무서워도 무섭다고 말 못하는 사람...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을 해요...

처음에 흥신소를 볼 때, 그저 그렇게 웃고 보았네요. 아랸사와 용수 캐릭터가 특이해서 특히 주목했었다. 그들 위주의 이야기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몇 회인가... 은재가 준수에게 갔을 때 대사를 듣고는 너무 가슴이 찡~하였습니다.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라>는 그 말... 그 순간, 드라마의 메시지가 가슴에 확 와 닿더군요.

일반적으로 코믹 드라마에도 주인공들이 느끼는 아픔과 갈등이 녹아있습니다. 항상 <휴먼스토리>가 녹아있죠.

메리대구에서는 <백수>라는 암울한 현실에 대한 극복과정이 있었고, 환상의 커플에서는 백만장자인 안나가 얼마나 외로운 사람이었는가를 코믹한 장면 속에 넣어두었죠. 코믹은 애절함속에서, 애절함은 코믹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색으로 치면 보색 효과라고 할까요?

은재 캐릭터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은재> 역할을 하는 배우가 코믹과 슬픔이라는 극명한 대비선을 부드럽게 소화한다고 느끼면서 부터네요. 하지만, 코믹한 장면들은 슬픔의 극복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옵니다.

은재는 하나의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입니다. 처음에 등장 자체가 과거에 대한 슬픔이 담긴 회상과 기절로 출발하였고,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에 의한 납치, 그리고 과거를 밝히기 위한 의뢰로 이어지죠. 그 속에서 작가는 은재가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백만장자인 은재가 가진 눈빛은 항상 공허함입니다. 감정표현을 못하는 사람, 폐쇄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 혼자 큰 집에 있으면 외로운 사람의 역할이죠. 그 외로움을 가진 사람이 가장 평범하고 현실적인 3인방을 만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갑니다.

무열의 인텨뷰를 보면서 피식 웃고, 여러 사건들을 함께 겪으면서 웃게 되는 사람으로 조금씩 변해가죠. <평범한 인간>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이러한 은재의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주의깊게 볼 수밖에 없죠.

<은재>는 그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합리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감추는 사람

드라마 속의 은재는 너무 여립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은재> 역할을 하는 <은성씨>는 20대 중반이라기 보다, 대학에 입학한 <반올림의 서정민>같은 이미지가 남아있습니다.

예지원씨 같은 확 끌어당기는 연기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예슬같이 도도한 백만장자 상속녀의 팜므파탈 연기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솔직히 완벽한 이미지 변신이 가능한 연기는 아닙니다.

007을 납치하고도 그에게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대화하고, 조폭대장과의 거래도 다소곳이 무릎에 손을 얹고 또박또박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그렇게 아쉬운 부분들이 보이면서도, 흥신소에서는 제대로된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뭘까요?

은재는 항상 합리적인 듯 행동합니다. 그 부분에서 저는 오히려 크게 공감을 느낍니다. 삶에서 두렵고, 외롭고, 무서운 사람일수록 자신의 단점을 보이려하지 않습니다. 무서울수록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기 마련이죠.

은재는 아버지의 죽음이후, 친척들에게 시달리거나 홀로 외로움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은재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 역시 삶이 <무섭기 때문>이 아닐까요?

 

내가 너 따위한테 의리나 우정이니 바란 것은 아닌데...  

너 친구없지? 니가 잘나서 친구가 없는 줄 알아?

너 재수업어....



은재가 <합리적인> 사람일수록 평범한 사람들은 은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란샤가 은재를 욕할 때, 은재는 왜 자신이 욕을 먹는지 이해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은재는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두려워합니다. 은재에게는 합리적으로 행동함으로서 사람들이 자신을 미워하지 않도록 하면서 자기 방어를 하고 있고, 그 부분을 은성씨는 아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네요.

은재의 무표정한 표정연기는 은재가 가진 내면을 너무 잘 보여줍니다. 그러나, 8-9회가 넘어가면서 은재는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은재와 아란샤가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무열의 순수함을 알게 되면서 은재도 조금씩 <인간적>으로 변해간다고 할까요?

은재의 컷은 또박또박 대화할 때는 정면으로 컷을 잡아주지만, 대사가 없는 컷에서는 항상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옆에서 잡아주는 컷이 많더군요. 1-2회에서는 거의 하늘보기, 딴데보기, 얼짱각도의 은재더군요. 그러나, 점점 무열과의 대화가 많아지면서 똑바로 말하는 은재가 늘어나고 있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은성이 보여준 멋진 연기는 인간이 되어가는 연기

사람들은 은재 캐릭터의 매력이 무표정하면서도 똑부러지는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보다 더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은재가 슬픔을 안고 있는 듯 보이는 무표정하고 뚝뚝 끊어지는 연기는 이미 <반올림>에서 보여준 트레이드 마크 연기죠. 하지만, 그 속에서 보여주는 코믹 연기가 더 멋있더군요. 황금빌딩의 황당한 3총사 때문에 엉뚱한 행동들을 하게 된 은재는 점차 그들에게 녹아갑니다.

처음에 이들 때문에 경찰서에 간 은재는 화를 내면서도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황당한 사건에 익숙해지면서 이들에게 동화되어 가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따뜻해 보입니다. 은재가 껌 씹는 장면이 왜 그리 인간적이던지요.

아란샤에게 욕먹고, 가출청소년처럼 떠나 버린 은재가 아무도 없는 큰 집에서 멍했던 장면... 그리고 다시 돌아와 무열이에게 미소를 보인 장면은 은재 성장기라고 할까요?

작가가 말한 <이 이야기는 성인들의 성장이야기>라는 면이 은재에게 있어서만큼은 조금씩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분명 이후 11, 12회 등으로 넘어가면서 은재에게는 또 한번의 성장통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비밀을 알게된 자신을 극복해야 하고, 자신이 감춰왔던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서툰 행동들을 극복해야겠죠. <은재> 캐릭터가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드라마 보는 재미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바야시와 서정민을 PLUS한 은재

박영선 작가님은 무열이 캐릭터는 건방진 천사의 겐죠, 은재 캐릭터는 건방진 천사의 고바야시를 염두에 두었다고 말하셨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건방진 천사의 <고바야시>
 

고바야시는 무사처럼 작대기 들고 설치는 캐릭터인데 무표정에 진지하면서도, 은재처럼 코믹 한방을 터트려주는 캐릭이죠. 케이블 티비에서 하는 거 몇회 어쩌다 봤는데 재미있는지는 잘 모르겠더군요. 주인공인 메구미라면 모를까....

<은재>는 작가님이 생각한 고바야시보다 좀더 부드러운 캐릭터라고 생각되네요. 과거에 대한 <아픔>을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코믹한 장면들에서는 와~ 이은성 연기가 코믹도 되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가더군요.

단 하나의 아쉬움은, 아직 절정기의 배우가 아닌 만큼 대본에서 요구하는 이상의 연기는 무리라는 느낌이 온다는 점입니다. 물론 설정이 똑똑하면서도 나약한 은재, 슬픈 은재이기 때문인 점도 있겠죠.

화난 모습이 화난 것으로 안 보이고, 인질을 잡고 이야기하는데도, 정민이가 옥림이랑 대화하는 분위기가 나는 것은 왜일까요? 아직은 자신만의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대본대로 충실하게 하려는> 느낌이 오네요. 하지만, 극 흐름상 별로 티가 안나더군요.

이제 막 성인연기를 하는데, 너무 많은 변화를 바랄 수는 없겠죠? 제 기준으로 보면, 흥신소에서 배우 은성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충실하게 전부>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에서 은재는 웃는 모습자체가 <희소성>을 가진 컨셉 캐릭터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의 코믹한 장면들과 가끔 한번씩 보여주는 생각 외의 장면들이 더욱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캐릭터의 아픔과 아픔의 극복과정이 느껴져서 <살아있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절반을 넘어가고 후반으로 가는 흥신소의 <은재>...

드라마가 다 끝나면, 아란샤, 용수, 무열이, 은재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될지 기대되네요. 월요일이 매번 기대됩니다. 지금부터 24시간 카운트 다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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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느낌으로 적은 후기니깐 그런가 부다 해 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