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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이익의 삼한 정통론

 

이익의 삼한 정통론

동국의 역대흥망은 대략 중화와 서로 시작과 끝을 같이한다. 단군과 요임금은 같은 시기에 일어났으며, 무왕이 천명을 받을 때 기자가 봉군으로 정해졌다. 그 뜻은 무엇인가? 단군이 후에 쇠퇴하고 약해지고, 군왕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자 기자가 다시 그것을 이어 업을 다시 일으킨 것이다. 기자는 8조의 조목(교화)가 있었는데, 그중에 지금 3가지만 전해지고 있다.(8조법 내용은 중략)

무릇 어질고 현명함의 문화는 실로 기자로부터 시작된 것이니 후에 자손들의 업이 끊기지를 않았다. 위만은 사이한 방법으로 그것을 훼손하였으니, 준왕은 오히려 그 사람들을 이끌고 남으로 달려가 강역을 다시 개척하였고, 50여국이 복속하였다. 이것은 즉 동방의 전통이 끊기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삼국의 설명은 중략)

저 삼국은 동서로 나뉘어 서로 할거하고 있으며, 전통이 미약하니 마땅히 (중국)남북조의 선례에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경주는 옛 삼한의 옛터이다. 그 땅의 기운이 바르고 그 풍속이 미흡하지 않으니, 오찌 황량한 오랑캐의 풍속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옛날에 말하기를, 이것은 필히 기자의 문명이 이룬 하나의 것이라 하였다. 공자가 말하기를 문헌에 있다면 즉 나는 능히 증거를 밝힐 수 있으며, 문헌이 부족하면 역시 그 뜻을 추론하여 밝힐 수 있다고 하였다. (중략) 어찌 단군으로부터 이어진 전통이 끊기지 않았음을 추론하지 못할 것인가?

                                                                                         - 이익, 성호사설  -

사료해석 : 이익의 삼한정통론의 배경은 청의 성립과 명의 멸망 속에서 우리 스스로가 작은 중화라는 소중화의식의 성립과 관련있습니다. 또 양난이후 민족의식이 성장하면서 단군을 중국의 전설왕조(요, 순)과 동격으로 만들어 문명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면도 보입니다. 내용을 보면 종래 전통론에서 주장한 기자 시조설을 부정하고 단군시조설을 적극 주장하고 있습니다. 삼국은 전통이 없는 무통으로 시대로 보아 중국의 선례에 따를 뿐이며, 진정한 조선계승은 통일신라고 보고 있네요.

또한 추론을 통하여 역사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성리학 사회에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입니다. 유교적 명분론을 탈피하고 주자를 벗어나 도덕보다는 시세(세력)이 더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즉 그는 시비(도덕)은 사회를 바꾸는데 별 영향력을 못지며 그것보다는 차라리 운수(행, 불행)이 더 큰 역할을 차지한다고 보았고,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것은 시세(세력)이라고 주장합니다. 붕당정치가 점점 변질되어 사사(죽임)이 많아지는 시기에 날카로운 사회적 안목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