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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이규보의 동명왕편 - 해모수, 하백 이야기

 

이규보의 동명왕편 - 해모수와 하백

본기(구삼국사 본기인 듯)에 이렇게 적혀 있다. 부여왕 해부루가 늙도록 아들이 없어 산천에 제사하여 아들 낳기를 빌러 가는데, 타고 있던 말이 곤연에 이르자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돌을 굴리게 하였더니 금빛 나는 개구리 모양의 작은 아이가 있었다. <왕은 이를 하늘이 내게 아들을 준 것이다.> 라고 거두어 길렀는데, 이름을 금와라 하고 태자로 삼았다. 상 아란불이 말하기를 <일전에 천제가 내게 내려와서 "장차 내 자손으로 하여금 이곳에 나라를 세우려 하니 너는 여기서 떠나거라"라고 하였는데, 동해 가에 가섭원이란 땅이 있어 오곡이 잘 되니 도읍할 만합니다>라고 하였다. 아란불은 왕을 권하여 옮겨 도읍하고 동부여라 이름하였다. 예전 도읍테에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 되어 내려와서 도읍하였다.

한 신작 3년인 임술년에 천제가 태자를 보내 부여왕의 옛 도읍에 내려가 놀게 하였는데, 해모수라는 이였다.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다섯 용이 끄는 수레 오룡거를 탔고, 따르는 이 백여명은 모두 흰 고니를 탔다. 색깔있는 구름이 그들 위에 떴고 음악 소리가 구름 속에서 울려 나왔다. 웅심산에 머물렀다가 10여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내려왔는데, 머리에는 오우의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의 칼을 찼다.

그녀들이 왕을 보고는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좌우 신하들이 말하기를 <대왕님은 어찌하여 궁전을 마련하지 않습니까? 여자들이 방에 들거든 문을 닫아서 가로막으시옵소서>라 하니, 왕이 "그러리다"라고 말하고는 말채로 땅에 금을 그으니 동실이 문딕 서서 장관이었다. 방 가운데에 세 자리를 준비하고 통술을 차려놓았다. 그녀들이 각각 자리에 앉아 서로 권하여 술 마시더니 크게 취하였다고들 한다.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보내 말하기를 <너는 어떤 사람이길래 내 딸을 붙들어 두었는가?> 하니, 왕이 대답하기를, <나는 천제의 아들인데 지금 하백과 혼인을 맺으려 한다.>고 하였다. 하백이 또 사자를 시켜 고하기를 <그대가 천제의 아들로서 나에게 구혼할 뜻이 있다면 마땅히 중매자를 시킬 일이거늘 지금 갑자기 내 딸을 붙들어 두었으니 어찌 그렇게 예의가 없는 것인가?>하므로 왕은 부끄럽게 생각하였다. 왕은 곧 가서 하백을 뵈옵고자 하였으나, 그 집에 들어갈 수가 없었으므로 그녀를 놓아 보낼까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왕과 정이 들어 떠나가지 않으려고 하면서 왕에게 권하기를, <만약 용이 끄는 수레만 있으면 하백의 나라에 갈 수가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왕이 하늘을 가르켜 고하니 갑자기 오룡거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왕이 그녀와 같이 수레에 오르니 바람과 구름이 문득 일어 하백궁에 이르렀다.

하백이 말하기를 왕이 진실로 천제의 아들이라면 무슨 신이한 것을 가졌는가? 하니, 왕이 대답하기를 한번 시험해 보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하백이 뜰 앞 물에서 몸을 변하여 잉어가 되어 물결 타고 노니는데, 왕은 수달이 되어 잡았다. 하백이 또 사슴이 되어 뛰어가니, 왕은 늑대가 되어 쫒았다. 하백이 뀡이 되면 왕은 매가 되어 치매, 하백은 진실로 천제의 아들임을 알고는 예로서 혼례를 치렀다. 왕이 앞으로 딸을 데려갈 마음이 없을까 두려워 풍악을 잡히고 술자리를 차려 왕에게 권하여 만취케 하여 놓고는 딸과 함께 작은 가죽 가마에 넣어 옹거에 실었는데, 같이 하늘에 오르게 하자는 생각에서인 것이다. 수레가 물에서 뜨기도 전에, 왕은 곧 술이 깨서는 그녀의 황금 비녀를 빼서 가죽 가마를 뚫고 그 구멍으로 빠져나와 혼자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하백이 크게 노하여 그녀를 책망하기를, <너는 내 훈계를 따르지 아니하였다가 끝내는 우리 집안을 욕보였다>라고 말하고는 좌우 신하들에게 딸의 입을 쥐어 당기게 시켜 입술 길이를 석자나 되게 하였다. 기여 비복 2명만 주어 우발수 한가운데로 내쫒았다. 우발수는 못 이름인데 지금 태백산 남쪽에 있다.

어부 강력부추가 아뢰기를, <근자에 발 속의 고기를 훔쳐가는 일이 있사온데, 어떤 짐승인지 알 수 없사옵니다>라고 하자, 왕이 어부를 시켜 그물로 끌어올리게 하였으니, 그물이 찢어졌다. 다시 쇠그물을 만들어 당겨내서야 비로소 한 여자를 얻었는데, 돌에 앚아사 나왔다. 여자는 입술이 길어 망을 못하기에 세 번 자르게 한 연후에야 말을 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