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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연기대상 (1) - 황현희, 박지선의 수상소감이 아쉬운 이유

2008 연기대상 (1)

황현희, 박지선의 수상소감이 아쉬운 이유

1. 최고와 막장 사이....

12월 30일과 31일. 공중파 방송사는 연기대상을 시상했다. 연기 대상이 자사에 공로가 있는 연기자에게 상을 몰아주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이 어디 하루이틀 일인가 싶지만, 올해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정권과 투쟁하고 있는 MBC 노조가 파업을 한 가운데 시상식이 열리는 것을 보며, MBC 시상식은 더 큰 관심이 집중되었다. 과연 MBC 연기대상에 참석한 배우들 중에 과감히 노조 이야기를 꺼내는 배우가 있을까? 드라마 <온에어>에서 보여준 것 처럼 <공동수상이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지만, 일부 배우들의 돌출 발언들을 접하면서, 한 해 드라마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2. KBS 황현희, 박지선의 시상소감으로 본 아쉬운 풍자 개그의 한계점

2008 KBS 연예대상은 가장 성공한 시상 사례라고 생각한다.

연기대상에 나온 배우들은 남성배우의 무게있는 포즈나, 여배우의 조신한 미소만 비춰준다. 솔직히 졸린다. 자신들의 축제인데,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2시간 내내 안면 근육을 씰룩거리며 은은한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애쓴다. 축하 인사도 어색하고, 진한 동료애가 과연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다. 동료가 큰 상을 받았는데, 옆에서 화장 고치기에 바쁘다. 그나마 대선배가 상을 한번 받는 순간이 되어야 의무적으로 기립해서 박수 몇 번 때려준다. 환호성을 지르는 것은 어디선가 매수되어 나타난 방청객들 뿐이다.

반면, 연예대상은 보는 이들이 즐겁다. 풍자와 위트를 아는 이들이라고 할까? 직접 무대위로 올라와서 퍼포먼스도 보여주고, 동료 연예인 하나 하나의 시상에 자기 일처럼 반갑다는 체스쳐를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있다.

KBS 연예대상에서 백미는 박지선과 황현희의 수상 소감이었다.

박지선은 <피부트러블이 있어서 화장을 못한다. 하지만, 신부 화장을 못해서 서러운 것이 아니라 바보 분장을 못해서 서러운 개그우먼이 되겠다>라고 당당히 말하였다. 자신감 있고 너무 좋았다.

황현희는 <어느 단체가 개그콘서트를 나쁜 프로그램으로 선정했다. 개그맨들의 노력을 안다면 감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단호한 멘트로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감동을 준 그 수상소감이 <개그 콘서트>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왜 황현희는 공중파까지 나와서 민언련이 선정한 <올해의 프로그램>을 비판해야 했는가?

황현희의 수상 소감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올바른 불만표출이라고 볼 수도 없다. 왜냐면 개그 콘서트는 <개선>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민언련은 올해의 좋은 프로그램을 선정하면서 개그 콘서트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것은, 개그 콘서트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개그 프로그램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 다른 <나쁜 프로그램>들은 말 그래도 억지 드라마였다는 식으로 비판일색이었지만, 개그 콘서트에 대해서는 칭찬과 비판이 공존했다. 도움상회나 소비자고발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났다는 말을 하면서, <여성비하> 등을 고쳐야 한다는 미래를 제시해 준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개그 콘서트가 장수해야 할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판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불만만 토로 한다면 <풍자와 위트의 철학>을 무기로 하는 개그맨이라고 보기 힘들다.

개그 콘서트의 유일한 단점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 부족>이다. 특히 <여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독한 놈들의 곽한구는 매회 <어정쩡한 여고생들>을 거론하면서, <어정쩡한 것들>은 집밖에 나오지도 말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 맨트가 부담스런 여론으로 다가오자, 곽한구를 욕하는 개그우먼을 투입하여, 독한 것들로 재포장하였다.

   봉숭아 학당의 <일출>이가 부르는 노래는 매번 패턴이 같다. 맨 앞줄에 앉은 방청객 여성들을 향해 <왜 그 따위로 생겼는지...>를 풍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여성학자 박지선은 매회 <제 얼굴을 보더니 죽이고 싶다고 말합니다>를 반복한다.

개콘의 소재를 둘로 나누자면, 참신한 아이디어로 버티는 코너와, 여성 비하로 시간을 때우며 웃겨보려는 코너 둘로 나눌 수 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그리고, 개그콘서트는 9시 시간대에 <가족이 같이보는 15세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생각해본다. 개콘과 같이 한국 개그를 이끌어가는 방송라면, 치열한 고민을 통해 훨씬 창조적이면서도 사회 이슈를 담아낼 수 있는 코너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개콘의 명성을 잇는다는 강유미-신봉선-박지선의 라인은 갈수록 자학 개그만을 선보이고 있다. 못생겼고 재수없게 생겼다는 컨셉으로 몇 년을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개콘의 대표 여배우들은 그것 이외에는 선보일 아이디어가 없는 것인가?

박지선이 상을 탔음에도 난, 박지선이 개콘의 주류라고 생각들지 않는다. 개콘의 창의적 코너들은 여전히 남성들만의 코너이고, 여성들의 코너는 자학 개그만이 살아남았다.

박지선은 얼굴 콤플렉스 때문에 자살을 생각했을 정도의 개그우먼이었다고 한다. 그런 개그우먼이 <내 얼굴을 보면 주먹이 올라온답니다>는 식의 개그로만 웃긴다면, 그것이 과연 진정한 성공일까? 물론 박지선은 당당하고 멋있는 여성 개그우먼이다. 그러나, 그런 개그우먼에게 자학 개그가 아닌, <소비자 고발>같은 아이디어 코너를 맡길 수는 없는 것일까?

개그는 사회적 소수의 치부를 건드리면 안된다. 실제 외모 때문에 죽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95%가 웃고 즐긴다는 이유로 5% 장애우의 치부를 건들인다면 좋겠는가? 고급 개그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소수 약자의 단점을 건들이는 개그가 아니라 <다수 횡포>를 풍자하는 개그를 해야 한다.

개그콘서트를 나쁜 프로그램으로 지정한 것은 그런 <아쉬움> 때문인 것이다. 개그 콘서트가 진짜 쓰레기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면, 아예 선정기준 자체에도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MBC의 개그야는 재미가 없고, 풍자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개그야의 간판 여배우 - 주연이, 천수정 같은 배우들은 최소한 자학은 하지 않는다. 그들 나름대로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서 남성들과 똑같이 웃음을 주고, 남성보다 더 자신을 각인시킨다. <주연아>나 <천수정>같은 여배우 캐릭의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었던 시기에는 개그야가 개콘 시청률에 접근한 적도 있다. 개콘에는 김경아 외에는 그런 캐릭터가 없지 않는가?

풍자와 위트를 아는 개그맨들이 <나쁜 프로그램> 선정이 재수없다며, 시상 무대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아마추어> 같은 행동이다. 황현희는 <프로> 아닌가? 김신영, 강유미, 신봉선에게 했던 것과 달리, 개콘은 박지선에게 다른 개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박지선이 <이제 당당한 여성으로서 남성들과 같은 치열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개그우먼으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면 행복했을 것이다. 황현희가 <개콘의 단점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에 우리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면 더 멋진 수상소감이 되었을 것이다.

3. 작품 드라마는 막장 드라마 앞에 무릎꿇는 현실...

민언련에서 선정한 2008년 최고의 드라마는 작년말과 금년초에 반영된 <얼렁뚱땅 흥신소>였다. 들어본 적도 없다구? 당연하다. 시청률 2%의 드라마였으니까... 반면, 작품성을 놓고 본 막장 드라마는 <흔들리지마>였다. 하지만,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까지 포함한다면 <너는 내운명>까지 들어갈 것이다.

흔들리지마의 홍은희와 너는내운명의 윤아는 나란히 연기대상에서 상을 타 갔다. 그러나, 얼렁뚱땅흥신소는 그런 작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들 드라마의 차이는 극명하다. <흔들리지마>와 <너는내운명>에는 별의별 설정이 다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막장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재벌가문과 출세 지향적인 악녀, 교통사고, 납치극, 끝없는 배신, 협박범, 이복동생간 갈등, 거짓임신, 모범적이고 교양있는 있는 집안, 방송업계 이야기(흔들리지마)....를 그대로 패러디한 너는 내운명을 보라. 몇가지 더 추가된다. 백혈병, 입양, 신데렐라이야기, 결혼식장에서의 도망... 심지어 흔들리지마에서 홍은희를 버리고 도망간 화가 어머니가 그대로 너는내운명에 출연하여 윤아를 버리고간 화가 어머니로 재등장한다. 줄거리와 대사마저도 같다. 잃어 버린 딸의 행복을 찾아 돌아왔노라고... 도대체 뭘까?

반대로 <얼렁뚱땅흥신소>는 그런 막장 이야기를 전부 빼고 진행된다. 극히 평범한 4남녀가 고종 황제가 숨긴 보물을 찾는답시고, 일상적인 사고를 치고 다니며 인생의 작은 이야기들을 전달해준다. 젊은 남녀가 등장하는데 직장 얘기도 없고, 심지어 사랑 얘기도 없다.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줄거리, 스토리상의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배우들의 독특한 연기, 기발한 번외편까지 포함되어 특이함을 전해준다. 편집도 독특하고, 화면구성은 주제와 딱 맞아떨어지도록 한 장면 한 장면 신경써서 구성한 치밀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사랑이 빠진 드라마를 아무도 보지 않는다. 1회부터 이 드라마에서 시청률은 논의대상이 아니였다. 이 드라마는 매니아들만이 갤러리를 만들어 클릭질을 하는 드라마가 되어 버렸으니까... 방영내내 평론가들과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호평을 받은 드라마였지만, 방송국은 시청률을 이유로 이 드라마의 존재 자체를 지워 버리고, 그 이후 한번도 이 드라마의 존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네 드라마의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작품성을 논하고, 시상식에서 작품성 있는 작품이 대상을타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면서도 <좀더 자극적이고 순간적으로 즐길거리가 있는> 드라마를 택한다. 방송국으로서도 2% 시청률의 흥신소와 30%대 시청률의 너는내운명을 놓고 무엇을 택하게 될까?

막장드라마들이 30%대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다고 의아해 할 필요가 없다. 막장 자체를 유행요소로 보면 그 뿐이니깐... 작가들이 억지 설정을 더 꾸겨넣고, 말같지 않은 대사를 집어 넣어도 걱정이 없는 건, 더 독한 자극을 원하게 된 지금의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춤 추는 이연희가 있어도 <송승헌>의 팬들이 감싸줄 것이고, 분가 발음이 안되서 붕가붕가 하는 호세가 있어도 <소녀시대> 팬들이 연말이면 클릭질을 해줄 것이다.

너무 사설이 긴 것 같다. 1편은 여기서 정리하고, MBC 연기대상에서 연기자들이 했던 명대사들을 다시 한번 돌려보기 해볼까?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