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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아비지와 황룡사 9층 목탑 설화

 

아비지와 황룡사 9층목탑

백제 의자왕 5년에 자장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당나라로부터 불법을 연구하고 돌아와 대국통이란 직함을 띠고 불교를 융성시켰다. 그가 당나라에서 신라로 돌아올 적에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얻어온 것이 있어 그것을 모시기 위하여 황룡사에 9층의 큰 탑을 세우려는 표방과 또 신라에서는 그러한 미술공사를 맡을 적임이 없기 때문에 백제의 기술자를 구하였는데 그가 바로 아비지였다. 

아비지는 신라의 초청을 받아 신라에 가서 몇날 동안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비로소 공사가 시작되어 황룡사 법당 앞에 구층탑의 탑주를 세운 첫날밤 백제 본국의 도성이 온통 불바다로 변하고 그 속에서 사랑하는 처자들과 또 모든 백성들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 나오므로 아비지는 깜짝 놀라 깨어보니 그것은 서글프고도 이상한 한토막 꿈이었다. 아비지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튿날 그는 몸이 아픈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가지 아니하였다. 다시 그 이튿날 또 그 이튿날 이렇게 몇날 동안을 지냈다. 
대궐에서는 물론이요, 다른 사람들까지 수군거렸다.  그는 아무래도 본국으로 도망하는 수 밖에 없어 떠나려 하였더니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며 폭풍이 불고 온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비지는 스스로 혼자 이상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여 절간의 마당 앞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어디서 왔는지 키가 열자도 넘는 무섭게 생긴 장수 한 사람과 어질기가 신선같이 생긴 늙은 스님 한 분이 서로 손목을 잡고 탑주 세워 놓은데 와서는 또 하나의 탑주를 세워놓고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에 아비지는 <내가 신라에 탑을 세운다고 백제가 망할리야 없겠지, 흥하고 망하는 것은 제게 달린 것이다. 오히려 내가 여기 이탑을 쌓음으로써 부처님 앞에 공적이 될지도 모르지.> 그는 이같은 생각을 다시 품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을 품자마자 그렇게 캄캄하고 천지가 진동하던 날씨가 금새 평온해지고 쾌청해지는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웃음띤 얼굴로 다시 손을 걷고 나서서 정성껏 탑을 쌓았다. 

황룡사 법당 앞에 구름을 뚫는 듯한 구층탑은 찬란스럽게도 솟아올랐다.  황룡사 법당 앞에 우뚝 세운 구층탑! 백제의 기술자 아비지를 속여서 부리기도 해야 하겠고 사실상으로도 나라의 기원하는 바를 부처님께 비는 뜻으로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모시고 온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그 탑 속에 봉안한 것은 물론이었으나 실상 그 탑을 세운 뜻은 엉뚱한데 있었으니, 과연 아비지가 탑을 세우려던 첫날밤에 꾸었던 백제 멸망의 꿈은 결코 뜻 없는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본시 여기 구층탑을 세우게 된것은 자장율사의 진언으로 된 것인데 그가 선덕여왕에게 「신이 당나라에 있을 적에 어느 날 천신이 나타나 말씀하시되 지금 너희 나라에는 여왕이 계시어 덕은 있으나 위엄이 없어 이웃나라에서 엿보고 있으니 너는 돌아가 황룡사 법당 앞에 구층탑을 세워라. 그러면 이웃의 아홉나라가 조공을 바칠 것이요, 왕업도 길이 전하리라 하옵더이다.」하여 그것이 동기가 되어 이 구층탑을 쌓게 된 것이다. 아비지는 자기가 만든 구층탑을 바라보았다.  높이 이백이십오 척의 으리으리한 탑이었다.  자기가 보아도 만족스러웠다.

그러자 조탑공사에서 손을 떼고난 뒤에 그는 그제야 확실히 그 탑을 세운 진정한 목적이 이웃나라의 항복을 받기 위함에 있는 것임을 알았다.  그의 눈에서는 알지 못할 뜨거운 눈물이 솟아올랐다.  공사를 시작하던 첫날밤 꿈이 다시금 눈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제와서는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정신잃은 사람처럼 멍한 자세로 제가 세운 구층탑을 원망스럽게 돌아보면서 백제 고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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