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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포사자설(捕蛇者設) - 유종원(柳宗元)

포사자설(捕蛇者設) - 유종원(柳宗元)

 영주(永州)의 들녘에서는 기이한 뱀이 나는데 검은 색 바탕에 흰색 무늬가 있었다. 그 뱀이 초목에 닿기만 하면 모조리 죽었고 사람이 물리면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그 뱀을 잡아 전육(乾肉)으로 만든 뒤 약용으로 먹으면 심한 중풍(中風)이나 팔다리가 굽는 병과 악성종양등을 치료할 수 있고 썩은 피부나 삼시충(三尸蟲)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애당초 어의(御醫)가 왕명에 의해 그 뱀들을 모아 들였는데 일 년에 두 마리를 진상토록 하였다. 그 뱀을 잘 잡는 사람을 모집하되 잡은 뱀으로 조세수입에 충당토록하니 영주사람들 다투어 나서게 되었다.

 장씨(蔣氏)라는 이가 있었는데 삼대에 걸쳐 그 일에 종사하여 왔다. 그에게 물은 즉 대답하기를 "제 조부도 그 뱀 때문에 죽었고 부친고 그러하였으며 제가 이 일을 이어 맡은 지 십년이 되었지만 몇 번이나 죽을 뻔 했지요." 라고 말하는 모습이 꽤 슬퍼 보였다. 나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대는 이 일을 싫어하는가?" 그대는 그 일을 싫어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담당관에게 이야기하여 그대의 일을 바꾸고 세금을 회복시켜주면 어떻겠는가?" 라고 말했더니 장씨는 몹시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다. "선생께서는 이 일에 종사함으로써 생기는 불행은 저의 세금이 다시 회복됨으로써 생기는 불행처럼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전부터 제가 이 일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살기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저희 가문이 삼대에 걸쳐 이곳에서 산 지 지금껏 60년이 되었지만 이웃사람들의 생활은 날로 궁핍해졌으며 땅의 소출과 수입마저 전부 고갈되어 도와 달라고 외치면서 이리저리 떠돌다가 목마름과 굶주림에 쓰러지기도 하였고, 비바람과 한서(寒暑)를 겪으면서 전염병에 걸려 죽은 사람이 때때로 서로 깔고 깔릴만큼 많기도 하였습니다. 예전에 저의 조부와 함께 살았던 집안들 가운데 지금은 열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고 저의 부친과 함께 살았던 집안들 가운데 열에 둘 셋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와 함께 12년 동안 이곳에서 살던 집안들 가운데 지금은 열에 네 다섯도 남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죽거나 아니면 떠나버렸지 때문인데 오로지 저만은 뱀을 잡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또 혹독한 관리가 마을에 와서 사방으로 소란을 피우며 헤집고 다닐 때에는 모두들 잔뜩 놀라 시끌거리고 닭이나 개도 편안하지 못하지요. 하지만 저는 매일같이 천천히 일어나 항아리를 보고 아직도 뱀이 남아 있으면 안심하고 다시 눕지요. 조심하면서 뱀에게 먹이를 주어 때가 되면 진상하고 돌아와서는 제 땅에서 나는 소출로 편안히 먹고 살면서 제 생애를 마칠 것입니다. 대체로 일년 중 죽음을 무릅쓰는 때는 두 번이고 그 나머지는 희희낙락할 수 있으니 어찌 이웃사람들처럼 매일같이 고통스러움이 있는 것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비록 이 일을 하다가 죽더라고 이웃사람들에 비하면 늦게 죽는 셈이니 어찌 제가 이 일을 원망하겠습니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는 더욱 슬퍼졌다. 공자는 "가혹한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라고 하셨다. 나는 일찍이 이 말을 의심했었는데 지금 장씨의 경우로 보아 믿게 되었다. 아! 세금을 거둬들이는 혹독함이 그 뱀보다 더욱 심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 까닭에 이 글을 지어 민풍(民風)을 관찰하는 사람들도 하여금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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