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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동학농민운동기 손병희의 <삼전론>

동학농민운동기 손병희의 <삼전론>

도전

도전이란 무엇인가.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 인화의 계책은 도가 아니면 될 수 없나니라. 도로써 백성을 교화하면 스스로 다스려질 것이니 그것은 무방하되, 도전에 대해서는 불가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으니 도가 있고 덕이 행하는데 바람을 따라서 눕지 않는  풀이 없겠기 때문이니라.

대개 큰 덕은 교화가 초목에 미치고 신뢰가 만방에  미치는지라. 현금천운이 크게 통하여 풍화의 기운이 크게 열리니 먼 데와 가까운 데가 한 덩어리요 많은 사람이 하낙지로 돌아가 나니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느 나라든지 각각 국교가 있어서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이 개명문화인지라 대개 먼저 개명한 도로써 저 개명하지  못한 나라에 가서 그 덕을 행하여 그 백성을 교화하면 민심의 돌아가는 바가 물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 같으리라.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 근본이 건전치 못하고 그  나라만이 혼자서 건전할 수는 없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세계각국이 각각 문명의 도를 지켜서  그 백성을 보호하고 그 직업을  가르치며 그 나라로 하여금 태산과 같이  평안하기에 이르렀으니 이것이 "도의 앞에  대적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힘으로써 다스릴 때는 비록 억만의  많은 백성이 있을지라도 각각 억만 가지 생각을 갖지만 도덕으로써 교화할 때에는 비록 열 사람의 충성이나마 생각이 같고 덕이 같으리니 보국안민의 계책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그러면 천시와 지리는 베풀어도 이약됨이 없지 않겠는가. 잘  다스려질 때에 토지가 살지고 비와 바람이 순해서 산천초목도 모두 정기가 빛나리니 천시와 지리도 인화 중에서 와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나는 말하기를 할 만한 싸움을 '도전'이라고 하노라.

재전

재전이란 무엇인가. 재물이란 것은 한울이 준 보배로운 물화니 만민의 이용이요,  원기의 기름이라. 그 종류가 몇 가진가. 동물,식물,광물이 이것이라. 사람은 물건을 다스리는 주인이나 그 이익이 무엇인가. 농업,상업,공업 세 가지가 그것이니라. 농사 때를 어기지 않으면 곡식을 다 먹지 못할 것이요, 먹는 것이 때에 맞고 쓰는  것이 중도에 맞으면 가히 흉년과 환난에 대비함이 되리니 이것이 이른바 농업이니라.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옮겨서 팔고 사며 이윤을 불려서 부자가 되고 수입을 보아서 지출을 적게 하되 노력해서 빌어먹으면 이것은 재산을 안보하는 방책이니 이것이 상업이란  것이니라.

기계를 만들어서 쓰기에 편리하게 하며 이목의 공교함을 극진히 하여 규구의 재간을 바르게 하면 온갖 물건이 넉넉하리니 이것이 공업이란 것이니라.

이 세 가지는 예로부터 지금까지의 아름답고 좋은 법규라. 지금 세계로 말하면 인기가 매우 왕성하여 널리 경위를 살펴보아서 물리를 연구하며 이치를 미루어서 보기 좋고 쓰기 좋은 여러 가지 귀중품을 만들어내니 이루 다 써내지 못할  것이 많은지라. 가령 색다른 종류의 물건으로써 일찍이 여러 나라에 시험하는 것 같음은 저들의 만든 물건을 옮겨서 팔고자 함이라. 대개 이와 같은, 즉 혹여 미개한 나라가 있어 이해관계를 분석할 줄 모르면  몇해가 못되어서 그 나라가 파멸되는 것을 가히 서서 기다릴 수가 있으리라.

이로써 관찰하면 이것은 분명히 남의 기름을 뽑아가는 소개자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모 있는 사람은 의사가 같은지라. 위로는 황실의 자제로부터  아래로 민간 수재에 이르기까지 그 재주를 기르고 그 기술을 발달시켜서 한편으로는 외국의 침략을 방어하는 자료가 되고 한편으로는 국가를 부강케 하는 술법으로 삼나니 이 어찌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반드시 싸울 만한 것은 '재전'이라 하노라.

언전

'언전'이란 무엇인가. 말이란 것은 속에 쌓여 있는 뜻을 드러내는 표준이요 사실을 서술하는 기본이라. 속뜻을 발표하여 사물에 베푸는 것이니 그것이  발현되매 형상은 없지만 소리가 있고 그것이 사용되매 때로 그렇지 않음이 없는지라.  경위가 분명하고 조리가 정연하여 잘되고 못되는 것이 모두 이에 관계되나니 가히 믿음직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옛날 선비의 말한 바 '적당한 시기에만 말한다'는 것이 이것을 이름이니라.

대저 방언은 그 산천의 풍기를 따라서 각각 조절을 달리하는 고로 많은 나라 백성들이 품성은 비록 일체지만 서로 뜻을 통하지 못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언어가 같지 않기 때문이니라. 하물며 지금은 세계가 복잡하게 나열하여 있는 가운데 인기가 둘러 통하고 물화가 서로 어울려서 국정을 말끔히 알고 있는지라 서양과 동양, 남방과 북방이 모두 교린하지 않음이 없나니, 만일 언어의 통섭이 없다면 어떻게 교제의 방책이 있을 수 있겠는가.

말을 하매 방법이 있나니 지혜와 모계가 병행한  후에 말에 문체가 있나니라. 그러므로 '한마디 말로써 나라를 흥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옛  성인의 심법이 서적에 나타나 있나니 단연코 환장이의 솜씨가 물상에 나타남과 다름이 없나니라.

교제하는 마당에 또한 담판하는 법이 있나니 양적이 서로 제 주장을 고집하여 결정을 못 지을 때에  이르러서는 멀고 가까운 여러 나라가 모여서 먼저 사서의 곡직을 자세히 알아보고 경위의 가부를 여러 각도로 검토하여 그  사리의 당연한 것을 얻은 연후에 모든 조건이 한가지로 귀결되고 승부의 목적이 확정되어 필경 귀화하는 규정을 이루나니 그때에  당하여 만일 반푼의 경위라도 지모에 합당치 못하면 어찌 세계에 뚜렷이 나설 수 있는 위세를 가질 수 있겠는가.

흥하고 패하는 것과 날카롭고 무딘 것이 또한 담판에 있나니 이로써 헤아려보면 지모 있는 사람은 말해서 맞아나지 않음이 없나니라. 무릇 이와 같은즉  말의 사물에 대한 공이 어찌 중대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또한 싸울만한 것은 '언전'이라 하노라.

총론

지금 세계형편을 살펴보니 도의 앞길이 더욱 환하게  밝도다. 경전에 '병기없는 전쟁'이라 일렀으니 어찌 명백하지 않은가. 어쨌든 여러분들은 마치 우물  가운데 들어앉은 것 같아서 필시 외세형편에 혼암할 줄로 생각되므로 이에 삼전론 일편을 지어서 고루함을 잊고  돌려 보이느니 행여 심지를 극진히 하여 그 크고, 작고, 같고,  다른 이치를 분석할 것 같으면 여기에 힘을 얻어서 빛나는 문채가 마치 단 것이  양념을 받은 것 같고 흰 것이 채색을  받은 것 같으리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 음미하여 담벼락에 마주선 탄식이 없게 함이 어떠하뇨.

방금 세계문명은 실로 천지가 한번 크게 변해서 새로  창조될 운수인지라, 선각한 처지에는 반드시 서로 가까워지는 기운의 응함이 있으리니 생각하고 생각하여 천지의 감동하는 정신을 어기지 말라. 대개 효제충신과 삼강오륜은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바라. 그러므로 '인의예지는 선성의 가르친 바라'고 하였나니 우리 도의 종지와 삼전의  교리를 아울러 활용하면 어찌 천하의 으뜸이 아니겠는가.

대개 이와 같은즉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이로써 명심하기를 바라고 바라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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