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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극 : 사극이 아닌 <역사소설극>을 쓸 것을 제안합니다.

초중고방/사극, 드라마 속 역사놀이터 2007/10/17 22:05

사극이 아닌 <역사소설극>을 쓸 것을 제안합니다.

1. 사극의 트랜드는 게임의 법칙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즘 방송되고 있는 이산, 왕과 나, 태왕사신기와 같은 사극들을 보면 사극이라고 보다는 현대극을 보는 듯 싶습니다. 말투도 현대어이고 주인공들의 생각과 행동도 상당히 현대적입니다.

사극이란, 역사적 상황을 역사적으로 재현한 극을 말합니다. 즉, 사극의 기본적 감정이입은 현대적 상황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 대하여 현대인들이 역사가가 된 것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라본다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예전까지는 이 원칙이 지켜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 <사극>이라는 용어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요즘의 사극은 옛날 상황에 대한 고증에 바탕을 둔 사극이 아니라 시작부터 현대적인 사고 방식으로 과거를 다시 생산하여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역사적 사료나 실제 상황은 학문적인 것으로 묻어둔 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극이 아니라 가상극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퓨전사극, 환타지 사극 정도밖에 대체할 용어가 없는 상황이여서 <사극>외에 다른 표현으로 극을 설명하기가 난해한 상황입니다.

이 소설적인 사극은 대장금과 주몽이 방영되면서 어느 덧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듯 싶습니다. 대장금은 장금이가 어려움을 하나 하나 극복하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주몽 역시 주몽이 위기 극복을 통해서 성장하는 과정을 줄거리의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즉, 역사적 사실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하나의 게임 단계를 밟아가는 형식으로 극을 진행하였죠.

주몽같은 경우에는 처음에 무력한 레벨 1의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아무것도 못하는 망나니였죠.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가면서 점차 레벌 업을 합니다. 대소왕자의 레벨에 점점 접근해가는 과정을 겪고, 항상 새로운 스테이지가 주어집니다. 소금산을 찾아라... 다물활을 찾아라... 등등... 수준에 맞게 저레벨 사부인 무송, 고레벨 사부인 해모수 등이 차례로 등장해서 렙업을 해주더군요. 디지털 기기가 보급되고 게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친숙한 극의 진행 과정이었습니다.

지금의 사극들은 전통적 사극에서 추구했던 역사적 사실찾기 보다는 현대적인 감수성에 맞추어 사극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왕과 나에서의 김처선은 역사적 인물인 김처선과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성종과 같이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의 정치적 행보는 드라마와는 전혀 관계가 없죠. 김처선과 폐비윤씨, 성종이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창조된 소설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구미에 맞게 창조된 이야기에 <사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 역사적 배경속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지요.

태왕사신기와 같은 경우, 아예 그 극의 구성 자체를 비역사적으로 이끌어가면서 사극이 아닌 환타지로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광개토대왕이 나온다는 설정 외에는 그냥 만화 줄거리지만, 공식 홈피에는 <사극>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2. 사극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저 역시 이산, 왕과나, 태왕사신기를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인데, 역사왜곡이니 뭐니 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죠.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인 이상 그냥 재미있게 보면 됩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이 드라마들이 <사극>의 명칭을 계속 표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사극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면, 그 내용에 대한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게 됩니다. 드라마 상 필요에 의해서 김구를 나쁜 사람으로 죽일 수도, 신채호는 무정부주의자로 낙인찍어 역사적 죄인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트랜드가 되 버린 현대적 사극의 주요 시청자인 학생들은 이 것을 실제 역사로 내면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극을 표방하고 있는 역사소설극에서는 최소한 2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명칭에 대한 문제입니다.

왕과 나, 이산, 태왕사신기와 같은 드라마에서 <사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습니다. <사극>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극의 형태입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극이라는 명칭 자체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신뢰성이 묻어나고 있습니다.

현대적인 입장에서 과거와 상관없이 쓰여지는 극, 또는 과거적 상황만을 이용한 허구적 설정의 극은 사극이 아니라 <역사소설극> 등 사극과는 다른 용어로 차별화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 합니다.

두 번째는, 역사와 허구에 대한 구분점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예로, 이산의 경우 정조가 문제를 해결하고 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산의 정적들이나 그의 대처 등이 실제 역사적 인물과 사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이것이 정말인지 허구인지 헷갈립니다.

왕과 나의 경우, 김처선의 출생과 역할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고, 폐비 윤씨의 이야기가 역사적 자료와 많이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자막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보통 드라마를 시작할 때, 유의점이 자막으로 뜨곤 합니다. 예로 강남엄마 따라잡기에서는 <이 드라마의 선생님들에 대한 표현은 실제 학교 현장과 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친절한 공지가 있어서 학교에 대한 모독적인 표현(?)들도 설정으로 넘길 수 있었습니다.

왕과 나에서 <이 드라마에서 김처선의 일대기와 역할은 실제 역사상 김처선의 상황과 다른 작가의 허구적 재창조입니다>라는 멘트가 처음에 들어갔다면 드라마에 대한 역사 왜곡 논란은 좀 수그러들지 않을까요?

또, 드라마 중간 중간에 사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드라마 끝날 부분에 <오늘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은 사실과 맞지 않다>는 가벼운 공지 하나 띄워주면 좋지 않을까요?

드라마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방송위에서 징계를 받고 바로 프로그램 시작부분에 사과 공지가 뜹니다.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기준을 12, 15, 19세 등으로 세분화하고 학생들이 봤으면 하는 프로를 홍보하는 것도 지금 방송의 역할입니다.

지금 갑작스럽게 늘어난 사극 아닌 사극은 정말 재미있고, 역사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주기 충분합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모든 극에는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죠.

그러나, <사극>의 역사적 상황만을 위장한 <현대극>들은 <사극>과 분류되어야 합니다.

명칭과 자막....

역사소설극을 의미있게 볼 수 있는 작은 배려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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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국한민 1-3 2007/10/18 0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당한 말씀 입니다

    정부에사 사극이란 망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역사의 진실성이 살아납니다.

    아주 동의 합니다.

    • BlogIcon 히스토리 2007/10/19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사극을 보면 김용의 영웅문이나 소오강호가 생각납니다.
      김용이 치밀한 역사 고증을 거쳐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고 해도 김용의 작품들을 사극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단지 배경만을 차용했을 뿐, 그 안에 살아숨쉬는 인물들과 사건들은 모두 허구이니까요.
      김용의 소설은 <무협지>라는 장르로 구분되었습니다.
      요즘 사극을 보면 사극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태왕사신기를 사극이라고 부른다면, 바람의 나라도 만화 사극입니다.
      사극이라는 장르가 역사성 면에서 학생들의 신뢰도를 얻고, 지식의 생성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극>과 다른 용어로 사용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누구도 김용의 영웅문을 사극이니, 역사성이 있으니 하지 않죠. 소설이니까요.
      역사소설은 사극이라는 간판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라는 간판을 걸어야 합니다.
      김처선의 사랑이야기에서는 진설된 역사성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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