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이버 부인 이야기와 칼레의 시민 이야기

1. 영국 : 고다이버 부인

오늘 이야기는 영국과 프랑스의 중세 같은 시대 이야기 2편입니다. 먼저 영국의 이야기입니다.

중세 영국의 봉건 영주인 마샤 백작은 자신이 다스리는 영지 중 코번트라는 지방에서 많은 세금을 걷고, 백성들을 괴롭히려고 하였습니다. 시민들은 백작의 가혹한 세금 정책을 싫어했죠.

마샤 백작에게는 매우 신앙심이 깊고 아름다운 고다이버 부인이 있었습니다. 부인은 진심으로 남편을 말렸고, 남편이 잘못하는 일에 대해 정성껏 설명하곤 했습니다. 마샤 백작인 백성에게는 가혹한 남자인지라 부인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백작은 농담반, 희롱 반으로 <백작 부인인 당신이 한낮에 옷을 모두 벗고 거리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닌다면 코번트 사람들의 세금을 깍아줘야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부인은 동네사람들에게 문을 닫고 거리로 나오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 뒤 남편과 약속한 대로 옷을 모두 벗고 동네를 돌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부인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되어 거리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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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고다이버 부인에 대한 풍자 그림은 영국에 아주 많다>

그러나, 호기심이 많은 남자들은 벗거벗은 부인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톰이라는 남자는 영주부인의 모습을 보려고 창문을 삐꼼히 열고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때, 신이 노했는지 톰은 두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엿보는 톰>이라는 말은 고사로 남의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약간 비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을 풍자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영국에서 대헌장을 서명한 바보왕인 <존 왕>의 뜻을 따서 <존 = 바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당시 영국의 중세에는 기사도가 보급되어 있었는데, 기사의 제 1 덕목으로 여성에 대한 예우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너무나 여성에 대한 예우를 하지 않는 야만스런 기사들 때문에 생긴 덕목입니다. 이 이야기는 순결한 희생정신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반대로, 여성의 벌거벗은 몸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것을 보고자 했던 남성들의 호기심에 대한 일화입니다.

   실제 정치적 용어로 누구도 하지 못했던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정치적 결단을 <고다이버이즘>이라고 부릅니다. 전해져 오던 관습과 상식을 깨면서 새로운 역설을 만드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죠.

코번트리 지방에서는 지금도 부인의 덕행을 기리는 의미에서 부인의 제사를 지낸다고 합니다. 단순한 설화가 아니라 실제 있었던 역사적 사건으로 영국인들이 기억하고 있네요.

2. 프랑스 : 용감한 칼레의 시민

용감한 칼레의 시민 이야기는 생각하는 사람을 만든 유명한 조각가 로댕의 작품인 <칼레의 시민>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일화입니다. 로댕이 만든 조각에는 여섯명의 남자들이 걱정스런 얼굴로 모여 있는 조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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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작, 칼레의 시민들>


이 이야기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백년 전쟁은 잔디르크의 활약으로 프랑스가 이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 그 부분은 후반기 몇 년의 일이고, 116년간의 대부분의 전쟁은 영국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였습니다.

전쟁 초기 영국의 에드워드 3세와 황태자는 프랑스 북부를 일방적으로 점령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칼레 역시 영국군과 싸웠지만, 점점 밀려 항복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칼레시는 영국의 주요 항구인 도버와 폴리머스를 두고 브리튼 해협 남부에 마주보는 항구 도시였습니다. 영국이 이 칼레를 초반부에 장악하려 했던 이유는 해상 교통의 요지인 점도 있었지만, 칼레시가 영국의 항구를 괴롭힌 대륙 해적의 본거지였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칼레의 해적들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었습니다.

영국왕은 칼레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매우 잔인한 항복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 조건이란, 시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민 6명이 지정한 날짜에 나오되, 머리는 빡빡 밀고 목에는 밧줄을 감은 채 맨발로 걸어서 도시의 모든 중요한 열쇠를 영국왕에게 바치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나오면 이 6명을 죽이고 칼레에 대한 가혹한 처분을 보류할 것이라는 조건이었습니다.

영국왕은 해적들의 소굴인 칼레에서 자발적으로 목숨을 걸고 영국왕에게 죽기위해 올 6명의 의인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죠. 6명 중 단 1명이라도 오지 않으면 모두 죽여 버릴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칼레의 시민들은 이 조건을 지켜냈습니다. 여섯명의 시민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도시를 구하려고 했습니다. 모두 영국왕 앞에 지정한 시간에 나타난 것이죠.

영국왕은 이 6명을 모두 죽이려고 했지만, 왕비는 약속을 지킨 의인들을 해치지 말 것을 부탁하여 가장 전투가 심했던 칼레시는 살육의 화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랑스에서 이 이야기는 백년전쟁의 혼란 속에서 뚜렷한 증거가 있지 않음에도, 구전으로 실제 역사적 이야기처럼 전해내려옵니다. 같은 시기 영국의 고다이버 부인 이야기와 칼레의 시민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신뢰와 진심이 통한다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사실이든 전설이든, 당시 유럽에서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이 올바른 기준이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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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스토리아 기업부설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