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상투를 틀면서 문필에 종사하였는데 지금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고 있다. 세상에서는 문인들이 많이 뻐기면서 혼자 좋아하고 있다고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실제로 다듬어지지 않고 촌스럽기 때문에 작품이 한 편 이루어질 때마다 사람들이 혹 잘못 칭찬하기라도 하면 찬찬히 옛사람들의 작품과 비교해 보고는 너무도 불만족스러워 멍해지지 않는 때가 없으니 그야말로 조금 잘 되었다고 자만하는 것[臨深以爲高]은 원래 나의 뜻이 아니다. 어렸을 때 지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 문득 불태워 버렸고, 중년에 잡고(雜稿)와 시문(詩文) 약간 권을 직접 뽑아 두었었다. 그런데 10여 년을 지나 다시 문형(文衡)으로 있으면서 지은 것들이 또 몇 배나 되기에 글은 계유년(1633 인조 11) 이전의 것을 취하고 시는 갑술년(1634 인조 12) 이전의 것을 취한 뒤에 예전의 원고와 합쳐서 분류해 보니, 사부(詞賦) 16편, 표전(表箋) 23편, 교서(敎書) 10편, 책문(冊文) 3편, 잠명찬(箴銘贊) 13편, 잡저(雜著) 40편, 설(說) 9편, 서(序) 42편, 기(記) 15편, 제문(祭文) 38편, 비지(碑志) 26편, 행장(行狀) 5편, 소차(疏箚) 50편, 계사(啓辭) 17편, 주자(奏咨) 30편, 격(檄) 1편, 정문(呈文) 2편, 첩(帖) 45편, 오언 고시(五言古詩) 143편, 칠언 고시(七言古詩) 41편, 오언 율시(五言律詩) 421 편, 오언 배율(五言排律) 44편, 칠언 율시(七言律詩) 432편, 칠언 배율(七言排律) 7편, 오언 절구(五言絶句) 50편, 칠언 절구 292편, 육언(六言) 10편, 잡체(雜體) 44편 등 모두 1860여 편이었다. 이에 이를 교정하면서 다시 써서 26권으로 만들었는데, 앞으로 계속해서 나올 것들은 속고(續稿)로 이름 붙이려 한다. 집안의 못쓰게 된 빗자루를 천금(千金)의 가치가 있다고 애지중지하는 것도 미혹된 일이지만 항아리 덮개용이라는 비난을 받을까 봐 작업을 그만두는 것 역시 통달한 식견의 소유자가 할 일이 못 되는데 나를 아는 자에게 죄를 받지 않게만 되면 다행이겠다. 숭정(崇禎) 을해년(1635 인조 13) 6월에 덕수(德水) 장유(張維) 지국(持國)은 제(題)한다. - 계곡선생집 초고자의 서, 장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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