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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풀이/역사 사료와 데이터

히스토리에 - 한 편의 고대 기록을 읽는 기분...

히스토리에 - HISTORIE


  이 이야기는 창조된 역사이면서, 그 속에 인물들이 숨쉬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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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만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역사를 머리아파 한다면, 또는 책의 첫 장을 넘기면서 <뭐, 이건 대박 작품이 아니네..>라고 생각한다면 이 만화작품은 읽지 말라는 쪽에 <강추>하겠다.

그러나 이와아키 히토시의 <기생수>를 읽어보았거나, 그 재미없다는 대작 영화 <알렉산더>를 나름대로 흥미롭게 보았다면 이 작품도 분명히 맘에 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알렉산더 휘하의 장군인 에우메네스의 일기와 같은 형식을 띈 이야기이다.

작가는 역사상 그리스 계열의 장군이라고 알려진 에우메네스를 알렉산더의 서기관으로 둔갑시켜,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풀어간다.

역사의 기록을 적는 서기관... 여기에서 <히스토리에>라는 제목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히스토리에>는 <히스토리아>와 같은 어원을 가진 그리스어 방언으로 <기록하여 남긴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그러나,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에우메네스에 대한 기록은? 그는 알렉산더가 죽은 이후 알렉산더 제국을 어떻게 해야 할지 다루는 부분부터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당대 중요한 사건도 아니였고,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에게만 중요한 부분일 뿐이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의 어린 시절의 극히 미미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뒤지고 뒤져서 재창조해야만 한다.

이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들의 역사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에우메네스의 이야기 같은 것은 흥미를 끌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 만화를 보고자 하는 매니아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만화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역사 속에 살아숨쉬는 <다큐멘터리>를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영웅 알렉산더를 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작가가 재창조한 인물이 얼머나 역사 속에서 살아 숨쉬며,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검증하면서 작가가 얼마나 많은 노력으로 이야기를 창조해나가는 지를 긴장감있게 지켜보려는 것이다.

몇 년을 기다리면 단행권 1권이 나오는 만화... 그 이야기 속으로 조금만 빠져들어가 본다.

히스토리에... 기록으로 남기는 이야기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에우메네스는 <알렉산더의 서기관>이라고 설정되어, 이야기는 일종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독자들은 회상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이야기는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박진감 있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헤로도토스>를 존경하는 자유시민 출신의 소년이었다. <역사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학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적는> 것이었다. <히스토리에>가 바로 그런 뜻이니까...

그는 많은 역사적 인물 중에서 지략으로 싸움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딧세이>를 좋아하며, 그의 모험담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만화 속의 이야기는 그를 실제 오딧세이로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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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매우 영특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소년으로 등장한다. 그 기지는 알렉산더의 스승이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책임자로서 역사상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한명인 아리스토텔레스와 견줄 정도이다. 물론 이 둘의 이야기도 훗날 계속 쓰여지겠지... 이제 4권까지 나왔으니...

민주주의 사상을 가장 잘 이해한 아리스토텔레스도 노예제도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였고, 만화 속 이야기에서 그 대사는 실제의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적이 있는 대사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자유 그리스인일 줄 알았지만, 실제는 아시아계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족>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그는 노예가 되어 그의 모험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모험담 속에서 하나 하나의 작은 에피소드들이 이루어진다. 그것이 곧 기록이 되어 <히스토리에>라는 하나의 기록으로 남는 것이다.

이 만화에서 그럴 듯하게 고증되는 건 주인공의 실제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이다. 당시 그리스에 있었던 국가들, 페르시아와의 관계, 노예제도, 그들의 삶의 방식.... 그런 상황들이 에우메네스의 허구와 같은 <역사 기록>에 신빙성을 더해주고, 독자에게 그럴싸한 감동을 준다. 우린, 그 옛날의 상황들을 이렇게 모아 묶어놓으니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에 이 만화를 놓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 하나 하나의 상황 속에 존재하는 각각 에피소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물들은 평면적인 인물들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과 목표를 가진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할까?

주인공이 오딧세이 같은 모험의 영웅이 되어 작은 마을을 구출하는 3권의 장면은, 목마로 적군을 안심시키고 유인하는 트로이 전쟁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하나의 전투를 이긴 주인공은 자신이 <오딧세이>와 같은 지략가라는 들뜬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주인공이 <오딧세이>라는 느낌을 가진 건 작가의 의도일 뿐이다. <오딧세이>는 승리이 후, 고향으로 돌아갈 때까지 길고 긴 모험을 해야만 하니까... 주인공 역시 마지막 장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본다는 말을 하곤 떠나게 되니까...

이 이야기는 아직 4권까지밖에 나오지 않았다. 영화로 따지자면, 영화가 개봉한다는 맨트를 날리기 위한 홍보 영상을 본 기분이랄까? 그리고 5권이 내일 나올지, 몇 년 뒤에 나올지 모르는 만화이다.

그러나, 언젠가 나오면 볼 수밖에 없는 만화이다. 내용은 허구이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역사적 <상황>을 재구성해가는 작가의 노력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만화이니까...